(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저축률이 과거와 달리 높게 유지돼 원인을 두고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올해 첫 7개월 동안 평균 8.2%를 기록했다.
이는 통상적인 경기순환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으로 관측된다.
가계가 세금을 내고 남은 소득 중에 소비하지 않은 돈의 비율을 뜻하는 저축률은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2007년까지 경기에 따라 특정한 패턴을 보였다.
경기침체 후 가계가 빚을 줄이고 살림살이를 재정비하면 올랐다가 호황으로 태도가 낙관적으로 바뀌면 소비가 늘면서 내려갔다.
실제로 저축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 해 전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이던 2007년 3.7%에서 회복기이던 2010년 6.5%로 올랐다.
현재 미국 경기는 회복기를 지나 최장기 호황을 보내고 있다.
그 때문에 2012년 이후 연평균을 따질 때 최고인 현재 저축률 8.2%는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티퍼니 윌딩은 "뭔가 구조적 변화가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저축은 2018년 전년 대비 17% 증가해 가계의 소비 증가율 5.2%, 기업의 투자 증가율 7.8%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작년 감세정책으로 가계가 얻은 추가소득이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련을 겪은 가계의 위기대처, 고령으로 접어든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들의 은퇴 준비를 그 원인으로 추정한다.
다른 한편에서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 부유층과 저축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빈곤층의 소득격차가 확대돼 저축률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미국의 상위 10% 부자가 저축률 상승에 4분의 3 이상 기여했다고 추산했다.
WSJ은 경기침체를 대비한 저축 증가는 완충재로서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소득불평등 심화가 저축률 상승의 원인이라면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이 장기간 투자수요보다 많게 유지되면 금리가 떨어지고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이 억제될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침체와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경제가 만성적인 수요부진에 빠지는 이런 형국은 '구조적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고 부른다.
구조적장기침체는 기준금리 인하 여력에도 타격을 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부양책을 쓰는 데 차질을 빚도록 할 우려도 있다.
미국 브라운대의 경제학자인 가우티 에레르트손은 "저축이 미덕보다 악덕이 된다"며 현재 저축률 고공비행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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