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대통령 통화내용 폭로 가능한가?"

입력 2019-09-23 16:27  

"내부고발자 대통령 통화내용 폭로 가능한가?"
"위법이지만 반역 행위 연루 등 경우엔 면책"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정보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악의 스캔들에 직면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내부고발 정보의 의회 제출과 해당 직원의 의회 증언 여부를 놓고 행정부와 의회가 팽팽한 법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부 고발을 접수한 미 정보기관 감찰관(IGIC)이 사안을 '긴급하고 신빙성있는 것으로' 판단해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전달했으나 DNI 국장이 법 규정에 따른 7일 이내 의회 제출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감찰관과 DNI 국장이 상반된 태도를 취하는 사례가 처음으로 해당 법 규정도 없어 법리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의 특권적 기밀 사안인 외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내부 고발자가 폭로할 경우 위법성 여부도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불법이나 비윤리적, 또는 회사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나 정보를 폭로하는 사람이다. 연방이나 주 차원의 대부분 내부고발자보호법은 고용주의 위법이나 비행을 발설하는 고용인에 대한 보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분야의 경우 고발내용에 기밀 사항이 포함될 수 있고 고용계약 자체에 직무상 기밀 발설 금지가 포함되기 때문에 절차가 좀 더 까다롭고 자칫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
1998년 의회에서 통과되고 2010년 IGIC 설치법에 포함된 정보계 내부고발자보호법은 고발 과정에서 해당 정보의 기밀 유지를 위한 특별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이 절차에 따라 감찰관에 고발할 경우 보복 조치로부터 보호받는다.
내부고발자가 감찰관에 고발을 제기하면 감찰관은 14일 이내에 사안이 '직무 범위 내 긴급한 우려' 대상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며 사안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DNI 국장에 보고한다.
DNI 국장은 7일 이내에 고발사항과 모든 관련 정보를 의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감찰관이 고발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감찰관이 고발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내부고발자는 의회 관련 위원회와 직접 접촉할 수 있다.
그러나 고발자는 이를 감찰관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 위원회와 안전하게 접촉하기위해 DNI 국장으로부터 지침을 받아야 한다.
지난 8월 12일 한 정보계 내부고발자가 감찰관 대행 마이클 앳킨슨에 고발을 제기했고 앳킨슨 감찰관 대행은 보고가 긴급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지프 매과이어 DNI 국장 대행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매과이어 국장대행은 규정대로 7일 이내에 의회 정보위원회에 이를 제출하지 않았고 내부고발자에 의회와 안전하게 접촉하기 위한 지침도 하달하지 않았다.
그는 또 내부고발자의 고발내용을 첨삭 없이 그대로 의회에 제출하라는 하원 정보위원회의 요구 이행도 거부했다.
고발내용이 정보계 외부인의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DNI 직무 및 책임 범위 내 정보활동과 연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아울러 고발내용이 '기밀 사안이고 특권 대상일 수 있는 (대통령의) 통화와 관련된 것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대통령의 기밀 사안 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부고발자나 감찰관이 이를 의회로 직접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찰관이 시급한 우려 사안으로 판단했으나 DNI 국장이 이를 의회에 제출하길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관련 법 규정이 없다.
이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전혀 없어 법률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감찰관이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아울러 만약 내부고발자나 감찰관이 고발내용을 의회 위원회와 '공유'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되는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법률전문가들은 일단 고발내용을 의회와 공유할 경우 정치적, 개인적 위험이 따를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결국은 고발 내용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감찰관이나 내부고발자가 대통령이 국가반역행위에 관련돼 있다고 믿는 경우 해당 정보를 누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기밀) 정보 누설은 범죄행위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가 객관적 반역 수준에 해당한다면 정보누설이 정당화되고 면책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국가안보법 전문 연구원 수전 헤네시는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고발이) 이뤄졌다면 범죄행위가 아닌 게 거의 확실하다"면서 "그들은 (고용계약 위반으로) 해고될 것이나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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