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알게 됐지만 밝히지 않을 것"…미측은 통보 못받은 듯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러시아 소유스 캡슐에서 발견돼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드릴 구멍에 대한 조사가 끝나 구멍이 생기게 된 경위가 모두 파악됐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를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미국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우주비행학에 관한 과학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드릴 구멍에 대한 당국의 조사에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로고진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 구멍이) 캡슐의 숙소 부분에 생겼으며 지구 재진입과정에서 불에 탔지만 샘플을 모두 수거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면서 "그러나 어떤 것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종의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농담처럼 덧붙이기도 한 것으로 보도됐다.
크렘린 당국도 이에 관한 코멘트를 거부하면서 모든 질의를 로고진 사장에게 하라고 미루는 상황이다.
이 구멍은 지난해 8월 29일 ISS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부 압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견됐다. ISS 라스베트 모듈에 도킹한 소유스 MS-09 캡슐에서 확인된 이 구멍은 처음에는 작은 유성체가 충돌해 생긴 것으로 추정됐지만 구멍 주변에서 드릴이 밀린 흔적이 발견되면서 의도적이든, 실수든 인간이 낸 구멍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러시아 측에서 ISS에 체류 중인 미국 우주인들이 병이 난 동료의 지구 조기 귀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우주선에 구멍을 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미국 측에서는 캡슐 제작과정 중에 발생한 실수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양국의 우주 당국 간에 미묘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측은 로고진 사장과 짐 브라이든스틴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 간에 전화 통화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서로 섣부른 예단이나 설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하지만 로고진 사장이 드릴 구멍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니고 비밀이라며 변죽만 울려 궁금증만 불러일으킴으로써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NASA는 러시아 측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이든스틴 국장은 휴스턴 크로니클지와 회견에서 "러시아 측으로부터 어떤 것도 들은 바가 없다"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ISS에 구멍이 난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고진 사장과 얘기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ISS에 미국 우주인을 실어나르는데 1인당 2천130만~8천190만 달러를 주고 소유스 캡슐을 이용하면서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와 보잉 등의 우주선 활용을 확대하면서 화물은 이미 운송하고 있고 조만간 우주인도 실어나를 채비를 하고 있어 양국을 이어준 우주인 운송 협력은 곧 끊어질 것으로 보인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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