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 땅 굳어" 손잡은 한일 재계…일본측 위기감 고스란히

입력 2019-09-24 16:25   수정 2019-09-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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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 땅 굳어" 손잡은 한일 재계…일본측 위기감 고스란히
일한경제협회·주한일본대사 '日 불매운동 타격' 직접 토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한일관계 악화의 여파로 무산될 뻔하다가 가까스로 열린 올해 한일경제인회의에서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자국 내부의 우려가 고스란히 감지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경제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일본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한경제협회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회장(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을 직접 언급하며 불매운동이 가라앉길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
미키오 회장은 "한국에서의 불매운동 확산은 대단히 마음이 아프다. 일본 기업 뿐 아니라 한국 내 일본계 기업 등이 폭넓게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이 줄어 관광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미키오 회장은 이어 "불매운동은 한일 간 비즈니스 관계에서 매우 절실한 문제"라면서 "한국에서 이번 갈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재구축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침착한' 의견도 적지 않게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는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번 갈등의 시발점으로 지목하면서 "한일 경제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바뀌지 않는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 등으로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데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국교 정상화 4년 뒤인 1969년 시작한 이래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으나, 올해 회의는 취소될 위기에 처했었다.
당초 올해 행사는 5월13∼15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3월께 양 주최 측이 일정을 기약 없이 연기했다가 지난달에서야 개최 일정을 정했다. 외교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열린 것이다.
참석자들은 정치·외교 갈등과는 별개로 경제·문화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양국 관계 개선 복원에 경제가 마중물이 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축사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일본 속담(雨降って地固まる)을 인용하며 "한국과 일본에 똑같은 속담이 있는데, 오늘처럼 만남과 대화 노력이 쌓인다면 양국 관계가 비온 뒤 땅처럼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도 "감정의 응어리를 뛰어넘자"며 "한일 경제인의 협력· 관계를 통해 법과 정치·외교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실용성·포용력·합리성으로 풀자"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국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다. 일본 언론은 현장에서 방송 연결 등을 통해 회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행사 이틀째인 25일에는 공동성명 채택과 공동기자회견이 예정됐다. 한일경제인들은 양국 갈등 개선을 위한 경제 교류·협력 강화 등을 성명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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