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조치는 하원의장에 달려 있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치권의 큰 혼란을 불러온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조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심리의 주심인 브렌다 헤일 대법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의회 정회를 권고한 존슨 총리의 행위가 "불법이자 무효인 만큼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헤일 대법관은 향후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하원의장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헤일 대법관은 의회 정회 위법 판결에 앞서, 이번 사안이 사법부의 판결 대상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이 의회 정회가 위법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만큼 지난 10일 정회에 들어갔던 의회가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앞서 사법부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패소할 경우 재차 의회 정회를 추진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 주목된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영국 불문헌법에 따르면 의회를 정회하거나 해산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여왕의 권한이다. 다만 여왕은 총리의 권고에 따라 이를 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회는 지난 10일 오전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정회하기로 했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회 정회 기간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되는 만큼 상정된 법안은 자동폐기되며, 대정부질문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하다.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과 야당 측은 존슨 총리가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강행하기 위해 정회를 추진했다고 비판했지만, 존슨 총리는 여러 국내 어젠다 추진을 위한 입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여성 기업인으로 저명한 브렉시트 반대 활동가인 지나 밀러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의도와 영향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법 심리를 요청했지만, 런던 고등법원은 지난 6일 이를 기각했다.
런던 고법 재판부는 의회 정회는 순수한 정치적 행위로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에든버러 최고 민사법원에서 항고심을 담당하는 이너 하우스(Inner House)는 지난 11일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민사법원은 의회 정회가 의회를 방해하려는 부적절한 목적에 원인이 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의회 정회를 승인하도록 존슨 총리가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국 대법원은 의회 정회 결정과 관련해 두 건의 판결을 병합한 뒤 지난 17일부터 사흘간의 심리를 진행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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