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최후' 기록하기 위해…현장 지키는 베네수엘라 연구자들

입력 2019-09-25 00:30  

'빙하의 최후' 기록하기 위해…현장 지키는 베네수엘라 연구자들
"기후변화 직격탄 맞은 안데스 빙하,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극심한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400만 명 이상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국을 등졌다.
그러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도 끝내 고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빙하의 최후'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을 지닌 연구자들이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안데스 산악지역 메리다에서 빙하를 연구하는 안데스대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대부분의 빙하는 극지방에 있지만 중남미 안데스산맥 고지대처럼 일부 열대지방에도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에 빙하가 존재한다.
메리다에 있는 훔볼트 빙하도 그중 하나다.
고지대의 경우 저지대보다 기후 온난화가 더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안데스 빙하가 20년 내에 완전히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훔볼트 빙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곳 연구자들이 떠나지 못하는 것도 점점 다가오는 빙하의 최후를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훔볼트 빙하를 연구하는 산악생태학자 루이스 다니엘 얌비는 "만약 우리가 떠났다가 20년 후에 돌아오면 아마 빙하는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난 속에 연구 환경도 악화했다. 실험 샘플을 보관하는 냉장고는 잦은 정전에 꺼지기 일쑤고 연료 부족으로 때로 강제 재택근무를 하기도 한다. 종이가 귀해 연구 자료를 기록한 문서도 재사용한다.
그보다 힘든 것은 대학 동료나 학생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연구팀 일원인 물리학자 알레한드라 멜포는 "매주 사람들이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답한다. 기후변화는 실재하는 것이고 반드시 기록돼야 한다. 우리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은 안데스 산악 고지대에 나타나는 독특한 생태계인 '파라모'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관찰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빙하가 녹은 후 새로운 토양이 형성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빙하보다 낮은 지역에서 서식하던 동식물이 더 높은 곳에서도 살 수 있을지, 이 동식물들이 온도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등 관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얌비는 "우리 대학이 있는 메리다는 '영원한 눈의 도시'로 불렸다. 이제 우린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기후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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