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대생 43명 실종 5주년…아직도 '정의'에 목마른 가족들

입력 2019-09-25 08:28  

멕시코 교대생 43명 실종 5주년…아직도 '정의'에 목마른 가족들
5년 되도록 사건 규명·책임자 처벌 더뎌 '치유되지 않은 상처'
용의자 142명 중 77명 풀려나…멕시코 정부 "원점에서 재수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남부 게레로주 칠판싱고의 검찰청사 앞에서는 5년 전 실종된 교대생 43명의 가족들이 시위를 벌였다.
지역 사법당국이 아직도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제출하지 않는 등 연방 정부의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였다.
몇 번째 시위인지는 셀 수도 없다.
생때같은 아들과 형제가 사라지고 난 후 5년 동안 가족들은 생업을 뒤로 한 채 이들의 행방을 찾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매달렸다.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4년 9월 26일 밤이었다.
게레로주 아요치나파 교육대학의 학생 100여 명이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집회에 타고 갈 버스를 구해 이동하던 중 이괄라 지역 경찰의 총격을 받았다.
총격으로 학생들과 지나던 시민 등 6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학생들은 경찰에 끌려갔고, 총 43명의 학생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역 마약 카르텔인 '게레로스 우니도스'와 결탁한 지역 경찰이 학생들을 납치해 경쟁 조직의 조직원으로 속인 채 게레로스 우니도스에 넘겼고, 이들이 학생들을 살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선 마약 카르텔이 연루된 잔혹한 범죄가 끊이지 않지만 부패한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학생들이 희생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멕시코를 넘어 전 세계에서 분노를 자아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자체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당시 검찰은 시신이 불에 심하게 타서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실종 학생 가족들은 검찰이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고 불신을 표시했다.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도 검찰의 수사결과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으며, 정부가 자신들의 별도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 속에서도 멕시코 정부는 수사를 마무리한 채 지역 경찰과 공무원, 게레로스 우니도스 조직원을 비롯해 모두 142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고문까지 자행한 무리한 수사 탓에 최근까지 이중 77명이 혐의를 입증받지 않고 풀려났다.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은 아직 하나도 없다.

학생들이 정말 목숨을 잃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죽었는지, 그들의 실종과 사망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5년이 넘도록 밝혀진 것이 없는 셈이다.
대부분 빈곤한 농촌 가정 출신인 실종 학생 가족들은 멕시코시티 도심에 천막을 치고, 곳곳에서 수도 없이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며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절망 속에 5주년을 맞는 가족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은 최근 멕시코 정부가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 사건이 모두에게 '치유되지 않은 상처'라고 표현했다. 취임 직후 진상 규명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고, 사건 5주년을 앞두고 가족들을 만나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실종과 관련된 이들뿐만 아니라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의혹이 있는 이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수사 대상이다.
실종 학생의 아버지인 펠리페 델라 크루스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불행히도 지난 5년간 거짓말만 들었다. 시작부터 모든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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