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소속 호소다파 회장, 개헌추진본부장…발언권 큰 인사들 기용
내달 임시국회서 개헌 논의 본격화 노려…野 반발로 진전 '불투명'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여당 자민당이 당내 개헌 조직에 중진들을 대거 포진시키기로 했다.
개각에 이어 자민당 인사에서도 무게감 있는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10선) 전 관방장관을 기용하기로 했다.
또 중의원 헌법심사회장에는 사토 쓰토무(佐藤勉·8선) 전 총무상, 참의원 헌법심사회장에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5선) 전 문부과학상을 각각 임명할 방침을 굳혔다.
3명 모두 당내 발언권이 큰 중진들로, 선수를 모두 합하면 23선이나 된다.
호소다 전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소속된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회장이다.
관방장관뿐 아니라 자민당 간사장, 국회대책위원장을 거친 베테랑 정치인으로 작년 3월 자민당이 평화헌법(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 당 차원의 개헌안을 만들 때도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개헌에 소극적인 연립여당 공명당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의원은 작년 11월 야권을 향해 "(개헌)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해 야권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사토 전 총무상은 자민당 내 인사 중 야당과 교류과 활발한 편이며, 하야시 전 문부과학상은 당내 비둘기파인 기시다(岸田)파 소속이다. 이들은 야당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개헌 논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개각과 당 간부 인사에서도 측근들을 대거 기용하며 개헌 진영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핵심 보직의 측근들을 유임시켰다.
또 참의원에서의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추진력이 강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전 경제산업상을 참의원 간사장 자리에 앉혔고,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이슈화하기 위해 시모무라 전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임기 내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존재 명기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에 성공한 뒤, 추후 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전력과 교전권 보유 금지)을 손봐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는 '2단계 개헌'을 이루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개헌 추진 진영을 재구축하며 다음달 개회하는 임시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낼 생각이지만, 제1야당 입헌민주당 등이 개헌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 실제로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민당은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자민당 개헌안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에는 2021년 정기국회까지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