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대신 집…中, 홍콩사태 해결 위해 주택공급 확대 추진

입력 2019-09-25 14:05  

민주주의 대신 집…中, 홍콩사태 해결 위해 주택공급 확대 추진
'주택 확대' 압력에 친중재벌과 중앙정부 관계 소원해질 조짐
"홍콩 시민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 지적도 나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이 전면에 내걸고 있는 정치적 자유 대신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사태의 해결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희생양인가 악당인가'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내 친중국 재벌의 관계를 다뤘다.
기사에 따르면 1997년 홍콩 주권반환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재벌들은 아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주권반환 후 홍콩 사회의 안정을 원하는 중국 정부는 홍콩 재계의 지지를 얻길 바랐고, 홍콩 재벌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길 희망했다.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등의 추천으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주석이 해운 재벌인 퉁치화(董建華)를 홍콩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한 것만 봐도 양측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친밀한 관계에 금이 갈 조짐이 보인다.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며 압박했다.
청쿵(長江·CK), 순훙카이(新鴻基·SHKP), 헨더슨(恒基兆), 뉴월드(新世界), 시노(信和), 워프(九龍倉) 등 6대 부동산 재벌이 쌓아놓은 토지만 1억 제곱피트(약 281만 평)가 넘어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들 재벌은 부동산은 물론 운수, 호텔, 금융, 유통, 통신, 전력 등 홍콩의 모든 경제 영역을 지배하면서 홍콩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홍콩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노력도 번번이 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퉁치화, 렁춘잉(梁振英) 등 역대 홍콩 행정장관들은 임기 때마다 야심 찬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놓았지만, 그 계획이 제대로 실현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홍콩 행정장관은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데, 이들 선거인단은 재계, 전문가 집단, 정치인, 노조 등 4개 그룹으로 이뤄지므로 재벌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재벌들의 고삐를 죄고 나서면서 이들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홍콩 재벌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장쩌민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홍콩 재벌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시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에게 정치적 자유를 주기 힘든 중앙정부는 대신 주택 문제 해결 등 사회적 불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중앙정부의 바람대로 주택 공급 확대가 홍콩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에 따르면 응답자의 91%는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 84%는 '민주주의 추구'를 꼽았다. 주택 문제를 시위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58%에 지나지 않았다.
한 전직 홍콩 고위 관료는 "중앙정부는 홍콩의 뿌리 깊은 갈등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주택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사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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