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동물원 갇혀 지내다 미국 유인원 보호구역으로 이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생애 대부분을 좁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살았던 오랑우탄 산드라가 더 나은 삶을 찾아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으로 이사한다.
AP통신은 33살의 암컷 오랑우탄 산드라가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코파크를 떠나 미국으로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도착 후 산드라는 잠시 격리돼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한 후 플로리다주에 있는 보호구역인 유인원센터에 정착하게 된다.
산드라는 5년 전 그를 '인격체'로 인정한 법원 판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오랑우탄이다.
독일 동물원에서 태어난 그는 8살 때 아르헨티나로 보내져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의 농구장만 한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지냈다. 동물원 전체에 오랑우탄은 산드라 혼자였기 때문에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동물단체들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생활하는 산드라를 대신해 소송을 냈고 아르헨티나 법원은 2014년 산드라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를 비롯해 인간이 누리는 권리의 일부를 누려야 한다고 판결했다.
엘레나 리베라토리 판사는 산드라가 법적으로 동물이 아니라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라고 규정했다.
산드라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오랑우탄 산드라의 이사'로 제작돼 국내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역사적인 판결로 산드라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는가 했지만 산드라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산드라 사육사들은 산드라가 외국으로 보내져 야생에 놓이면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동물원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드라의 이주 후보지 중 하나는 야생 오랑우탄이 가장 많이 사는 인도네시아였는데, 수마트라 오랑우탄과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혼혈인 산드라가 인도네시아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결국 산드라는 동물학자들이 산드라를 위한 최적의 거주지를 찾는 동안 몇 해 더 아르헨티나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이 산드라 새 집으로 낙점한 플로리다 유인원센터는 21마리의 오랑우탄과 31마리의 침팬지가 사는 보호구역이다.
비록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야생은 아니지만 원래 머물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다른 동물들과 교류할 수도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산드라는 11시간가량 비행기를 타야 하고 트럭에 실려 육로로도 한참 이동해야 한다.
사육사들은 산드라가 금속 컨테이너에 실려 불안해하지 않도록 미리 적응 훈련을 마쳤으며, 플로리다에 도착할 때까지 산드라와 동행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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