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트럼프 통화녹취록…'노골적 압박' 없었지만 '조사 종용'

입력 2019-09-26 09:19   수정 2019-09-26 16:30

문제의 트럼프 통화녹취록…'노골적 압박' 없었지만 '조사 종용'
트럼프, 바이든 이름 3차례 언급하며 '바이든 의혹' 조사 거론
WP "우크라이나에 명시적 대가 언급 안했지만 조사 착수 요청"
'심복' 줄리아니와 통화 제안…우크라 대통령, 조사약속 화답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한 하원의 탄핵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백악관이 25일(현지시간) 문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눈 통화 내용을 담은 A4 5쪽 분량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원조를 대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기 방식의 노골적인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에 관해 직접 발언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잘해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이든 의혹을 거듭 거론,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사안을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결국 트럼프의 '명시적 청탁'이나 '노골적 압력'은 없었지만, '이런 게 있다'면서 바이든 문제를 지적하고 이 사안을 파헤치려다 퇴진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칭찬하는 등 거듭된 언급을 통해 조사를 종용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조한 것은 원조라는 '대가성' 반대급부를 지렛대 삼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트럼프-우크라 대통령 "외압 없었다"…탄핵정국 속 당사자와 정상회담 / 연합뉴스 (Yonhapnews)
◇총선 승리 축하 '덕담'…'부패' 문제는 젤렌스키가 먼저 꺼내
양 정상의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총선에서 크게 승리한 것을 축하하며 굉장한 일을 해냈다는 '덕담'으로 시작한다.
젤렌스키는 이에 트럼프의 미 대선 당시 구호인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뜻)는 표현을 빌려와 '부패'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오물을 청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새 체제와 정부를 원하는 자신과 우크라이나에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쓴다"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2016년 대선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관련, 우크라이나의 협조를 요청하며 운을 떼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많은 일을 겪었고 우크라이나는 그것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알아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는 러시아에 대선 관련 자료를 넘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친(親) 러시아' 정치인과 정당을 위해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 트럼프 '바이든 의혹' 제기…젤렌스키 "조사하겠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훌륭한 검사가 있는데, 그가 물러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직 검찰총장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는 그 과정에 "몇몇 매우 나쁜 사람들이 관여했다"며 자신의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함께 젤렌스키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바이든 측을 겨냥,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이 아들에 대한 기소를 막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파악하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바) 법무부 장관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기소를 중단시켰다고 떠들고 다녔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하면서 "당신이 조사할 수 있다면…"이라며 "나에겐 끔찍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의회에서 자신의 정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이 될 것이라며 인준을 받아 9월부터 업무를 시작하면 트럼프가 말한 회사를 포함해 상황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조사에 제공할 추가 정보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줄리아니를 언급하며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바 법무부 장관이 전화하도록 하겠다. 우리는 진상을 규명할 것이며 당신이 파악해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통화에서 자신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뉴욕 트럼프 타워에 머물렀던 것과 트럼프가 자신의 워싱턴DC 방문을 초청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미국과의 경제, 에너지 협력을 거론하고 바이든 사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이름을 세 차례, 줄리아니의 이름을 다섯 번 각각 언급했다.
WP는 녹취록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퀴드 프로 쿼'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매우 잘해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고, 바이든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요청하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WP는 명백한 위협이 있었는지가 중요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라면서 "그것은 상사가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보상이 무엇인지를 언급하며 반복해서 무언가를 하라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트럼프-젤렌스키 주요 통화 내용
아래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주요 통화 내용.
▲(트럼프) "다른 것으로, 바이든의 아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바이든이 (아들) 기소를 막았고 많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파악하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바이든은 기소를 막았다는 것을 자랑하며 돌아다녔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조사할 수 있다면…나에게는 그건 끔찍하게 들린다"
▲(젤렌스키) "나는 당신에게 그 검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며 알고 있다. 우리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사람, 내 후보자가 될 것이다. 그는 의회에서 인준을 받아 9월에 새 검찰총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는 그 상황을 조사할 것이다. 특히 당신이 이 사안에서 언급한 회사에 대해. 그 사건의 조사 문제는 사실 신뢰를 확실히 회복하는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처리할 것이고 그 사건의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그 외에 당신이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추가 정보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트럼프) "나는 줄리아니가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고 또한 바 법무장관도 (당신에게) 전화하도록 하겠다. 우리는 진상을 규명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그것을 파악해 낼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그 검사가 매우 나쁜 대우를 받았고, 그는 매우 공정한 검사였다는 것을 들었다. 모든 것에 행운을 빈다."
▲(젤렌스키) "나는 또한 당신이 미국, 특히 워싱턴DC를 방문하도록 초대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한편으로 나는 또한 우리가 그 사건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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