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녹취록 '스모킹건'…WP "대가성 부인하지만 강하게 암시"

입력 2019-09-26 11:42   수정 2019-09-26 13:54

트럼프 녹취록 '스모킹건'…WP "대가성 부인하지만 강하게 암시"
CNN "뇌가 멀쩡한 사람이면 무슨 요구인지, 불응하면 어떻게 될지 알아"
트럼프가 임명한 정보기관 감찰관도 "내부고발 믿을 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은 그의 수사외압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CNN 방송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이날 '우크라이나 통화 녹취록은 스모킹 건에 지극히 가깝다'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두 사람의 통화가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의 교과서적 사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지렛대로 삼아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이 올해 7월 총선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 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해 준 것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들인 노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의 아들에 대해 바이든이 기소를 막았다는 등 많은 이야기가 있다. 많은 이들이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만큼 당신이 검찰총장과 함께 뭔가를 한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은 그가 기소를 막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그러니 당신이 이를 조사한다면…"이라면서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2016년 전임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직을 수행하던 바이든이 아들 헌터가 유급이사로 근무하던 에너지 회사를 수사하려던 빅토르 쇼킨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해임을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올해 5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실리자 에디터는 "통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우리가 그의 국가를 위해 많은 것을 하고 있고, 그 국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뭔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다음, 우크라이나가 2020년 대선에서 그의 주요 경쟁자가 될 사람이 비도덕적인 뭔가를 했을 것이란 혐의를 조사하면 매우 좋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하기 며칠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 달러(약 4천800억원) 규모 군사원조의 동결을 지시한 것을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대놓고 요구하지 않고 단순히 제안했을 뿐이라고 해도 이 통화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리자 에디터는 대기업의 발주를 받아 성장 중인 소기업에 해당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전화해 '우리 최대 경쟁자가 명백히 노동자들에게 뭔가 나쁜 일을 한 것 같으니 당신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 셈이라면서 "뇌가 멀쩡한 사람이라면 무엇을 요구하는지, 불응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대가성은 없었다고 일제히 주장하지만 (통화 내용을 정리한) 내부 메모는 그 반대였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협력이 공고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처지였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정상회담 날짜를 잡지 않고 시간을 끌자 "나는 당신에게 우리가 그 사건을 매우 심각히 본다는 점과 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수사 요구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강조하자 "국방 분야에서의 지원"에 사의를 표하고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추가구매 등 "다음 단계들에서의 협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만 우리를 위해 당신이 부탁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차기 검찰총장은 100% 내 인물"이라면서 수사 착수를 약속했다.
그는 "그(차기 검찰총장)가 상황을 들여다볼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당신(트럼프)이 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회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제공할 수 있는 추가 정보가 있다면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미 정보기관 내부고발자는 두 정상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백악관 내부에서도 선거 관련 현행법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번 논란이 정보기관 소속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다면서 내부고발을 접수한 마이클 앳킨스 감찰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인데도 고발 내용이 "믿을 만하다"(credible)고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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