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권법안 중단 요구…"중국 과소평가해선 안 돼"
10월 14일 콜롬버스 데이 직후 하원 표결 가능성
'타이베이법안' 놓고도 "중국 내정에 난폭한 간섭"
홍콩서는 시위대 마스크 금지하는 '복면금지법' 논란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안승섭 특파원 =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에서 홍콩과 대만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에 대해 "이는 흑백을 전도한 것으로 공공연하게 홍콩의 급진 세력과 폭력배를 부추기며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분개와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비난했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겅솽 대변인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3개월간 사태가 변질돼 외부 및 반중 세력이 공공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는 홍콩의 과격 세력과 폭력배의 악행을 무시하고 국제 관계의 준칙을 어긴 채 홍콩 간섭 법안을 심의해 중국 내정을 심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겅 대변인은 "미 의회 외교위원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홍콩의 급진 세력의 기만을 조장해 홍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어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까지 해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국가 주권 수호 및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관철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어떤 행동도 우리의 강력한 반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홍콩은 중국 내정으로 그 어떤 외국 정부나 세력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이 즉각 홍콩 간섭 법안의 심의 추진을 중단하고 홍콩 문제 및 중국 내정 간섭을 그만둬서 중미 관계를 더 이상 해치지 않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의회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성명은 "이는 중국 내정을 심각히 간섭하는 것으로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엄중히 유린하는 행위며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홍콩은 중국 내정으로 그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미국의 의회와 일부 정치인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홍콩 관련 법안은 반중 세력과 소수 폭도의 기를 북돋우고 홍콩의 난국에 기름을 붓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중미 관계에 큰 상처를 주고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은 이어 "홍콩의 반중 분자들이 외부 세력의 간섭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이런 반역은 많은 애국자의 외면을 받고 역사의 치욕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25일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대만 따돌리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인 일명 타이베이 법안(TAIPEI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타이베이 법안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나라들과 외교 왕래를 줄이도록 권고했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이날 외교위 회의에서 중국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만의 국제무대 지위를 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법안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공동선언을 심각히 위반한 것이며 국제법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중국은 단호한 반대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회가 해당 법안의 심의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미 40년 전 중국과 수교한 미국이 다른 나라들이 중국과 정상적 국가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막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 콜럼버스 데이(10월 14일) 직후에 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법안이 다음 달 중순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콩에서는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친중파 의원인 주니어스 호나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등은 '긴급법'을 적용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이나 '홍콩 독립' 구호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긴급법은 비상상황 시 홍콩 행정장관에게 시위 금지 등 비상대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법이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같은 법을 시행 중이며, 지난해 말부터 반정부 시위를 겪은 프랑스 정부도 올해 들어 시위자들이 얼굴을 가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며 복면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나 테레사 청 법무장관이 복면금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러한 법규가 과연 현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이들 법규 적용이 이미 혼란스러운 홍콩 사회에 부작용을 불러오거나, 홍콩의 상처받은 국제적 명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 장관도 전날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복면금지법의 시행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이 법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나 과연 효과를 거둘지 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친중파 진영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복면금지법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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