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실비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마피아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또 현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1993년 로마, 피렌체 등에서 자행된 마피아 폭탄테러 범죄에 연루된 의혹으로 피렌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는 베를루스코니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마르첼로 델루트리의 공판을 주관하는 재판부가 베를루스코니에게 증인으로 출석해달라고 요구하자 변호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베를루스코니 역시 관련 수사를 받는 등의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델루트리는 2013년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공동 창당한 인물로, 1990년대 초반 시칠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인 '코사 노스트라'와 베를루스코니 간 비밀 협상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2014년 마피아와의 회합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테러에 가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 마피아 조직원이 동료 수감자에게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르도록 부추겼다"고 언급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1993년 이탈리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폭탄 테러는 정부가 강력한 '반(反)마피아법'을 제정하며 전쟁을 선포하자 마피아 측이 이에 대한 반격으로 자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르네상스 미술의 보고인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도 테러의 표적이 돼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이번 수사는 델루트리와 마피아 간 협상이 베를루스코니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끊임없이 마피아 연루설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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