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실행은 '현장팀 판단' 강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처음으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책임을 자인했다고 미국 PBS 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PBS 방송은 카슈끄지 피살 1년을 맞아 다음달 1일 '사우디의 왕세자'라는 제목으로 방송될 중동 전문 프로그램 '프런트라인'에서 이런 내용이 공개된다고 예고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프런트라인의 마틴 스미스 기자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 "그 일은 내 감시 아래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그 사건의) 모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일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벌어졌다"라면서 카슈끄지를 살해하라고 직접 명령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자신의 측근이 깊숙이 관여한 이 사건에 대해 지도자로서 포괄적으로 정치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살해 실행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가 그간 "끔찍한 일이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라는 식으로 제3자의 관점으로 이 사건을 대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발언이긴 하다.
'어떻게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스미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우디 국민이 2천만명이고 공무원만 300만 명이다"라고 답했다.
'이스탄불로 간 현장팀이 왕세자 전용기를 탔느냐'는 물음에는 "나에겐 여러 일을 담당하는 장관, 관료들이 있다. (전용기 탑승은) 그들의 소관이다. 그들은 그런 일을 할 권한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카슈끄지를 살해한 현장팀이 자신의 전용기를 이용했다고 해서 자신이 살해에 직접 연루됐다고 연결지을 수 없다는 해명인 셈이다.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개인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에서 온 팀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 아직 그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11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5명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면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스탄불에 파견된 현장팀장의 판단이었다는 게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한 장본인이 무함마드 왕세자라는 의심이 가라앉지 않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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