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방해 등 기존 조사는 일단 보류…정보위가 조사 주도
펠로시 "백악관이 은폐" 맹공…WP "탄핵조사 찬성의원, 하원 절반 넘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착수한 미국 민주당이 핵심 조사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대한 빨리 조사 절차를 끝내고 탄핵 소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어도 몇 개월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 고위급과 관련 위원회 단위의 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본격적인 탄핵 조사를 대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탄핵 조사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부자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고 트럼프 선거 캠프가 공모한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하원 차원의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재산형성 과정, 성추문 입막음용 금전 지급, 의회모독 의혹 등 광범위한 대상을 놓고 조사활동을 하던 중 우크라이나 건이 터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른 의혹은 일단 보류하고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더힐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측의 비협조로 자료 확보가 쉽지 않은 다른 의혹과 달리 우크라이나 건은 통화 녹취록과 내부고발자의 고발장 등 핵심 자료가 이미 수집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다른 의혹들은 내용이 복잡해 유권자에게 설명하기 복잡한 측면이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의혹은 사안이 상대적으로 간단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가 좀더 용이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조사 활동이 내년 11월 대선을 향한 당내 경선전과 맞물릴 경우 경선이 집중적 관심을 받기 어렵고 반대로 탄핵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사법방해 의혹에 초점을 맞춘 법사위를 중심으로 6개 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조사를 진행해 왔지만, 앞으로는 정보위가 주도적 역할을 맡도록 했다.
미 의회는 27일부터 2주간 휴회에 들어가지만 정보위는 계속 회의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탄핵 소추로 결정될 경우 문안 작성은 법사위가 담당할 전망이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이번 건은 정보 관련 문제다. 그래서 정보위에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에 이어 이날 내부고발자의 고발장까지 공개되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올리며 공세를 강화했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발장에서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그런 행동은 은폐"라며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무법의 또 다른 단계에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길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가장 분열적이고 부적절한 대통령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찬성하는 민주당 하원 의원이 219명으로 늘고 무소속 의원 1명도 찬성해 모두 22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다만 탄핵 자체에 찬성하는 의원은 아직 27명 수준이다.
하원 의석수는 435석이며, 탄핵소추안은 과반(218명) 찬성으로 통과하면 상원으로 넘어간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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