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비처럼 방탄복 입고 지뢰제거 현장 직접 걸어 들어가
"지뢰는 치유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퇴치작업에 국제사회 참여 촉구
(서울·런던=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영국 해리 왕자가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의 지뢰 퇴치 운동 발자취를 찾아 앙골라를 방문했다고 BBC와 CNN 방송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이날 앙골라 남동부 디리코 마을 근처의 지뢰밭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2000년 반정부군이 후퇴하면서 매설한 지뢰가 놓여있는 곳으로, 2005년 13세 소녀가 지뢰를 밟았다 다리를 잃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리 왕자는 이곳에서 안전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안면보호구와 방탄복 등을 입고 직접 지뢰 제거 현장에 들어갔다.
해리 왕자는 "지뢰는 치유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라며 "지뢰를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지역사회가 평화를 찾도록 도울 수 있고, 이는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하고 독특한 야생동물 역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사회가 지뢰 제거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리 왕자는 이어 다이애나비가 22년 전 직접 걸었던 지뢰 매설지를 방문했다.
다이애나비는 생전에 지뢰퇴치 운동 재단인 헤일로 트러스트(HALO Trust)를 후원했고, 1997년에는 지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앙골라를 직접 방문했다.
이는 다이애나비가 1996년 이혼한 뒤 참여한 첫 번째 중요 사회활동이었다.
다이애나비는 앙골라의 지뢰 매설지역인 우암부를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직접 걷는가 하면, 지뢰 폭발로 장애를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지뢰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다이애나비 방문 후 22년이 지난 이곳은 현재 대학과 각종 상점, 주택 등이 들어선 활기찬 지역사회로 변모했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매우 감정적인 일"이라며 "안전하지 않고 황량했던 장소가 상점과 대학 등이 들어선 활기찬 지역사회로 변모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문의 여지 없이 그녀의 캠페인이 없었다면 이곳은 거의 틀림없이 아직 지뢰밭이었을 것"이라며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지뢰는 수십년간 여러 분쟁에서 폭넓게 이용됐다.
인명 살상을 목표로 하는 대인 지뢰와 차량 등을 겨냥한 대전차 지뢰 등이 있다.
지뢰금지국제운동이 작성한 '지뢰 보고서'(Landmine Monitor)에 따르면 1999~2017년 지뢰로 인한 사상자는 전세계적으로 12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뢰 폭발 피해자 가운데 민간인 비중은 87%에 달하며, 이들 중 거의 절반은 어린이다.
헤일로 트러스트는 현재 각국에 매설된 지뢰 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1994년 이후 10만여개가 해체됐다고 밝혔다.
앙골라는 자국 내 약 1천200개의 지뢰매설지역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뢰 해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해 전 세계에서 이를 완전히 없애는 데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앙골라 외에 지뢰가 많은 지역은 차드,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아제르바이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터키, 이라크, 예멘, 서사하라등이 꼽힌다.
1997년 다이애나비가 숨지고 3개월 후 122개국이 대인 지뢰의 사용과 생산, 비축을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는 이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수십년째 소수민족간 내전이 진행중인 미얀마에서는 대인 지뢰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을 비롯한 비정부 무장세력 역시 이를 사용한다고 BBC는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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