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파리 유명 공연장서 한불 친선콘서트 기획…올해로 12회
"케이팝·영화도 훌륭하지만 우리 클래식·미술 큰 저력…계속 알려 나갈 것"
기획자로는 드물게 프랑스 정부의 문화예술 공로훈장 수훈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불 문화 교류의 장이 되어온 '한불 친선 콘서트'가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유럽의 '문화 수도'로 불리는 파리 역시 케이팝과 영화가 한류 붐을 주도하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과 미술에서의 한국의 저력은 프랑스인들이 느끼기에도 작지 않다.
12년째 파리의 유명 공연장들에서 한국 예술가를 초청해 파리지앵들에게 소개해온 주체는 '한국의 메아리'(에코 드 라 코레)라는 문화기획단체.
한국의 메아리의 이미아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문화교류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자존심이 특히 강하기로 유명한 파리지앵들에게 처음에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의 저력을 알리기가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음악도들이 유럽 주요 콩쿠르를 휩쓰는 등 'K-클래식'이 가진 힘에 더해 이 대표와 같은 문화기획가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한불 친선콘서트는 매년 1천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을 만큼 파리 문화·외교가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파리 마들렌 극장,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군사문화시설인 앵발리드,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를 거쳐 올해는 내달 1일 파리의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100년 전통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안드레아 그리미넬리, 레 시에클 오케스트라가 협연하는 이번 음악회에는 50여개국 주불 외교사절도 참석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빈 베토벤 필하모니가 협연한 작년 공연부터는 한·불 친선은 물론 '세계 평화'라는 주제어를 넣어 음악회를 꾸려가고 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은 특히 저력이 있어요. 유럽 주요 콩쿠르를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휩쓰는 것은 이제 큰 뉴스도 아닐 정도예요."
이 대표는 한국 예술을 파리에 소개하는 것 외에 프랑스에서 히트한 전시를 한국에 들여오는 작업도 병행하며 양국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이미 지난 2013년에는 한불 간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한 점이 높이 평가돼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Ordre des Arts et des Lettres) 기사장(슈발리에)을 수훈할 만큼 프랑스 문화계에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휘자 정명훈, 백건우와 영화배우 윤정희 부부, 재즈 싱어 나윤선 등 한국인으로서는 주로 유명 아티스트가 받아온 이 훈장을 무대의 뒤에서 실무준비를 하는 문화기획자가 수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대표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한 이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1974∼1981년 재임)이다.
그는 당시 훈장을 주면서 "한 분야에 뜻을 두고 한국 문화·예술 보급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공로가 크다. 앞으로도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훈장을 줄 사람을 직접 택해보라는 프랑스 문화부의 얘기에 이 대표는 평소 존경했던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과 접촉해 면접 끝에 흔쾌히 허락을 받아냈다.
"대중문화 한류뿐 아니라 클래식·현대미술 등 전통적인 예술 분야에서도 한국이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세계에 꾸준히 알려갈 거에요.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님께도 그러겠다고 약속했거든요."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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