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럽이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려는 것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자리프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마치고 뉴욕을 떠나면서 "유럽 국가들은 핵합의로 이란에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라며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해법으로 이란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도록 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이 핵합의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우리 탓이 아니라 그들이 핵합의를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미래와 경제는 이란과 미국의 정상회담과는 관계없다"라며 "약속을 저버리고 지키지 않은 대통령(트럼프)과 만나는 것은 '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주 유엔총회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유럽 정부 정상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보라고 설득했다"라며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미국이 제재를 먼저 제거해야 다자간 협상의 틀 안에서 미국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핵합의의 직접 당사자인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지난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뒤에도 이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란과 구제안을 협상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측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지난해 8월 이후 핵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융 거래를 사실상 중단했다.
유럽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으로 이란과 금융 거래를 전담하는 특수법인 '인스텍스'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아직 이를 통한 유럽과 이란의 교역은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된 5월 8일부터 핵합의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감축·동결 조항을 60일 간격으로 지금까지 3단계에 걸쳐 이행 범위를 축소하면서 유럽에 핵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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