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추문' 자유당과 연정 붕괴 후 총선서 승리…이주민 강경책에 혹평도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진행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보수 우파 국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당 대표는 두 번째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쿠르츠는 16세였던 지난 2003년 국민당의 하위 기구인 청년 국민당의 당원으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그는 정치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고, 곧 빈 시의회 의원, 내무부 소속 사회통합 정무차관, 외무장관 등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7년 5월 국민당 대표를 맡은 그는 보수적인 정책의 선명도를 높이고 정치 신인들을 대거 발탁하며 당 장악력을 키워갔다.
그리고 5개월 뒤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국민당을 제1당(득표율 31.5%)으로 만들며 31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정치 지도자가 됐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 외신은 '젊은 귀재' '능력자' '이상적인 사윗감' 등의 별칭을 붙이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제3당이었던 극우 자유당과 손을 잡고 2017년 12월 공식적으로 총리 임기를 시작한 쿠르츠의 앞길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천 명이 참가한 자유당 반대 집회와 함께 업무를 시작한 그는 연정 파트너의 잇따른 구설에 임기 내내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자유당은 나치 SS 친위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는 안톤 라인트할러가 주도해 1956년 만든 정당으로, 소속 정치인의 나치 찬양과 인종 차별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으면서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택한 쿠르츠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 5월 자유당 대표였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부패 동영상'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국 자유당과 갈라섰다.
슈트라헤가 2년 전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는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대가로 재정 후원을 요구하고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오스트리아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주민에 대한 강경책 역시 쿠르츠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주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주요 루트의 폐쇄를 주도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등 강경책을 펴 반(反)난민 정책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비교해 '젊은 오르반' 혹은 '작은 독재자'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라인홀트 미터레너 전 국민당 대표도 쿠르츠가 난민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쿠르츠는 지난 5월 의회의 불신임을 받고 2년도 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출중한 외모와 젊은 이미지, 잘 연마된 언변 등을 토대로 형성된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다시 한번 오스트리아를 이끌게 됐다.
슈트라헤의 부패 동영상이 알려진 직후 쿠르츠의 보좌관이 총리실에서 일부 자료를 빼내 파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다시 권력을 잡는 데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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