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발(發) '농산물 관세폭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던 미 농민들이 정부의 기약 없는 농가 지원책에 들끓고 있다.
미국 내 23개 옥수수 농가 대표단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 정부의 바이오연료 정책을 비판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CNN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청정대기법'에 따라 정유업체가 제품을 생산할 때 에탄올과 같이 유해물질 발생량이 적은 바이오연료를 혼합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에탄올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는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된다.
그러나 지난 8월 환경보호청(EPA)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정유업체 31곳에 한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의무 조항을 면제해주면서 옥수수 농가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됐다. 면제 허가를 받은 정유업체는 점점 불어나 현재 85곳으로 증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농가에서 우리가 에탄올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본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라며 '초대형 지원책'이 준비됐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온 지 이미 한 달여가 지났는데도, 구체적인 구제책이 나오지 않자 옥수수 농가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옥수수 농가는 서한을 통해 "농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에탄올 연료 공장들이 점점 문을 닫고, 생산량을 줄이면서 2천7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유업체의 대두와 옥수수 수요가 적어지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해결책을 촉구했다.
아이오와주의 대두 생산업자이자 미국 바이오연료위원회 사무총장인 론 헥은 "(이러한 상황이) 명백히 정부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경보호청(EPA)이 문제"라며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일부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많은 미국 농민들이 중국과 새로운 협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해결한다면 단기적 손해는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에탄올은 이와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PA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농업과 에너지 부문에서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계속해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부과한 관세로 인해 재고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피해 농가에 280억 달러(약 33조원)의 지원금을 풀었지만, 손실을 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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