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전달체 필요 없어"…연구성과 '바이오머티리얼즈'에 게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광명 테라그노시스연구단장팀이 암세포 안에 축적됐다가 레이저 빛을 쏘면 약효를 내는 항암 나노물질을 제작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이 물질의 항암효과를 확인됐다.
항암제는 독성이 있어 정상 조직이 아닌 암 조직에 전달돼야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항암제의 이런 선택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레이저 빛으로 항암제 활성을 조절하는 기술이 나와 있다. 나노입자에 항암제를 넣어 암 조직에 전달한 다음 레이저를 쏴 항암제를 입자 밖으로 나오게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인공물인 나노입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 등의 승인을 받기 어렵고, 치료 효율도 떨어지는 등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인공적인 약물 전달체는 쓰지 않으면서 약효를 높일 방법을 고안했다. MAE(Monomethyl Auristatin E)라는 항암물질의 약효가 나지 않게 전구체 상태로 종양에 전달한 뒤, 레이저를 쏴 약물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새 항암물질은 스스로 조립돼 나노구조를 이룬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쥐에 투여해 실제 종양 조직에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암 조직에는 벽이 새는 혈관들이 많아, 크기가 100㎚(나노미터·1㎚=10억분의 1m)인 나노물질의 경우 정맥으로 투여하면 정상 세포보다 종양에 많이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항암 나노물질이 축적된 종양 부위에 레이저를 쏴 이 물질이 항암효과를 내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새로 개발한 물질은 기존 레이저 활용 약물의 100분의 1 정도만 투여해도 종양 뿐아니라 주변 암세포까지 전멸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명 단장은 "이 기술이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 및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9월 14일 자)에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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