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사람들은 차 안에 멈춰서 창문을 내리면서 나를 '배신자'(traitor)라고 불렀다."
영국 대법원으로부터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끌어낸 지나 밀려(54)가 최근 12살 난 딸과 외출 도중 겪은 일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해온 밀러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한 두 차례의 관련 소송을 주도해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밀러는 지난달 존슨 영국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이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 최근 대법원의 위법 결정을 끌어냈다.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위해 의회 정회까지 추진한 존슨 총리의 노림수를 봉쇄한 셈이다.
밀러는 2017년 9월에도 브렉시트 관련 소송에서 승리를 끌어낸 바 있다.
밀러를 중심으로 한 원고들은 영국 정부가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채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밀러는 브렉시트 반대파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반대로 브렉시트 찬성파에게는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렉시트 찬성파에 의한 신변 위협이나 협박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 12월 한 50대 남성은 밀러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이듬해인 2017년 7월에는 한 귀족이 '밀러에게 해를 가하면 5천 파운드(740만원)를 주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재했다가 징역형을 받았다.
가이아나에서 태어난 밀러의 출신 배경을 겨냥한 인종차별적인 협박 메일도 받고 있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밀러는 "나의 아이들을 '잡종견'(mongrel)이라고 부르는 메일을 최근에 받았다"며 "날마다 이런(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을 한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밀러는 그러면서 "경찰들이 페이스북을 통한 위협이 발견됐다고 알려왔다. 그것들은 내 생명을 겨냥한 위협이어서 경찰들이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협박에도 밀러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 아이들은 나를 평생 운동가로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것이 바로 엄마가 싸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내가 그들을 위해 싸운다는 것도 안다"며 반 브렉시트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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