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수천 명, 모이즈 대통령 퇴진 요구…진압대 총에 부상자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의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규모 시위로 학교와 공공기관, 상점 등이 문을 닫아 도시는 마비 상태가 됐다.
경찰이 과격해진 시위대를 최루탄과 실탄을 동원해 진압하면서 지역 라디오 방송 기자를 포함해 여러 명이 진압대의 총에 맞아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017년 취임한 모이즈 대통령을 향한 퇴진 목소리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아이티 전·현직 관료들이 과거 베네수엘라가 지원한 개발자금 수십억 달러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시위대는 철저한 수사와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모이즈 대통령 역시 부패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여러 명이 숨지기도 했다.
진정되는가 싶던 반정부 시위는 9월 들어 다시 불붙었다.
정치권에 만연한 부패에 더해 치솟는 물가와 극심한 연료난도 민심을 자극했다. 연료 부족이 이어지면서 아이티 내 많은 주유소가 문을 닫았고 서민들은 출퇴근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주에는 성난 시위대가 부촌의 상점 등을 습격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레스탱 아벨로(34)는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진압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던 또 다른 시민은 "이게 민주주의냐? 우린 시위할 권리가 있다"고 성토했다.
야권과 시위대의 거세지는 요구에도 모이즈 대통령은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TV 연설을 통해 국민 통합과 대화를 강조했을 뿐 퇴진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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