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금감원 "금융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누구나 DLF 피해 볼 수도"

입력 2019-10-01 12:56   수정 2019-10-01 14:51

[일문일답] 금감원 "금융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누구나 DLF 피해 볼 수도"
"분쟁조정신청 약 200건 들어와…분쟁조정과정서 불완전판매비율 올라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금융감독원은 1일 불완전 판매와 원금 손실로 물의를 빚은 우리·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했다.
상품 설계와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반영될 만한 절차가 미흡했다는 뜻으로, 누구든 불완전 판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연 브리핑에서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투자 손실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피해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금융시장의 불공정함으로 인해 국민이 억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향후 분쟁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이 DLF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얼마나 제대로 설명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 비율을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은 김동성 은행 담당 부원장보를 비롯한 금감원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 이 상품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팔린 불공정한 상품이라고 한 의미와 근거는 무엇인가.
▲ 상품의 설계, 제조,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반영될 만한 절차가 미흡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투자자가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자기 책임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능력도 없는 투자자한테 불완전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선택을 강요 혹은 유인했다는 게 잠정적 결론이다. 금감원의 전문가들도 검사하는 데 애를 먹는데 투자자들이 알고 투자를 했을까 자문한다면 평평한 운동장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 두 은행의 남아있는 DLF 계좌의 판매 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20% 내외라고 했다. 불완전판매 비율 더 올라갈 수 있나.
▲ 이번에 확인한 것은 서류상으로, 형식적인 부분에서 하자가 있는 사례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보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 은행 경영진도 책임을 물을 것인가.
▲ 현재로서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 없다를 말하기는 곤란하다. 앞으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 은행 내부의 상품(선정)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상품위원회의 구성은 어떻던가.
▲ 기본적으로 상품위원회 위원장의 직급이 낮았다. 그만큼 위원회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 분쟁조정 신청은 몇 건이나 접수됐나. 분쟁조정 위원회는 언제쯤 열 계획인가.
▲ 어제(9월 30일) 기준으로 약 200건이 들어왔다. 현재 분쟁조정에 대해 삼자 면담과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분쟁조정 위원회는 검사가 끝나면 그 결과를 반영해서 조속히 열겠다.
-- DLF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의 펀드인 것 같다는 점에 대한 감독 당국의 판단은 무엇인가.
▲ 전형적인 OEM 펀드는 판매사가 운용사한테 일상적으로 지시하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에서는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했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당장 OEM 펀드이냐에 대해서는 논쟁거리가 있다. OEM 성격을 배제하지 않고 법률 검토하고 있다.
-- 금감원 검사에 협조해달라고 은행들에 당부했다. 은행들이 비협조적인가.
▲ 금감원 검사라는 게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우리는 힘들게 검사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고객 투자금을 받아서 불려주는 게 목표인데 실패했다. 그러면 스스로 점검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금감원 검사에 대해서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은 옳지 않다.
-- 감독 당국으로서 이런 상품을 걸러내지 못한 점은 지적받아야 하지 않나.
▲ 당국으로서 왜 이런 문제를 방지 못 했냐고 하는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감독 체계를 왜 정비하지 않았느냐는 점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문제가 되는) 상품을 걸러내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금융사가 상품을 자율적으로 판매한다. 이 때문에 사전 규제가 어렵다.
-- 이번 상품이 사기로 인정되면 피해자들은 몇 퍼센트나 배상받을 수 있나.
▲ 사기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실제 사실관계가 어떤지 조사할 계획이다. 실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 정도를 따져서 그에 상응하는 배상이 이뤄지도록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
-- 유사한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비율이 41.9%다. 이들의 배상은 어떻게 되나.
▲ 불완전 판매는 손실 여부를 떠나서 지적해야 한다. 투자자가 사전에 몇 번의 경험이 있든 간에, 얼마나 거액을 가지고 있든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보호받아야 한다.
-- '자산운용사는 사실상 동일한 편입 자산과 운용방식을 가진 복수의 DLF를 발행사, 약정수익률, 손실 배수 등 일부 조건만을 변경하여 반복 설정했다'고 했는데, 이를 '쪼개 팔기'로 볼 수 있나.
▲ OEM 펀드와 마찬가지인 부분이다. 현재까지 우리가 의심하고 검사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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