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광고 제한, 주류세인상 등 강력한 규제 영향"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의 술 소비가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BBC 방송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알코올 정책 영향 사례 연구: 러시아 연방의 알코올 통제 조치가 사망률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1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의 1인당 술 소비는 무려 43%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술 소비 감소는 사망률을 낮췄고 자연스레 기대수명의 증가로 이어졌다.
2018년 러시아의 기대수명은 남성 68세, 여성 78세로 역사적인 정점에 도달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가디언은 1990년대 초반 남성의 기대수명은 57세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술 소비는 러시아에서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졌었다"며 특히 경제활동 인구인 남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셨던 나라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러시아의 술 소비 감소의 원인을 보고서는 술과 관련된 정부 정책에서 찾았다.
2011년 대통령직에 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총리는 러시아인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국가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음주와의 전쟁에 나섰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광고 제한, 주류세인상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음료'로 분류되던 맥주를 공식적으로 '술' 영역에 포함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술은 오로지 술집 등에서만 살 수 있도록 했고, 주류 판매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했다.
WHO의 벤테 미켈센 박사는 "러시아에서 시행된 것과 같이 근거에 기초한 정부의 정책 개입은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의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BBC는 중산층의 확장과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의식변화도 술 소비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의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술을 적게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취미활동 등으로 인해) 시간이 없어서 술을 적게 마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가난한 지역사회에서는 집에서 만든 술을 마시는 등 여전히 음주 문화가 여전하다고 BBC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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