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개편하며 전철역 발매기도 오류…증세 편승한 사기 시도까지
아소 부총리 "일본인 계산능력 좋아 순조로울 것" 발언에 빈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예외 조건 등을 복잡하게 설정한 탓에 첫날부터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일본의 소비세율은 1일부터 10%로 인상됐는데 기존과 같이 8%가 적용되는 예외 품목이 있고 소비자가 낸 돈을 일부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 등 부가 조치가 함께 실시됐다.
어떤 품목이 세율 8%이고 어떤 품목이 10%인지 파악해야 하고 동일 품목이라도 소비하는 장소(매장 식사 또는 테이크 아웃)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등 조건이 복잡한 것이 이번 증세의 특징이다.
포인트 환원을 하려면 판매자가 이에 대응하는 결제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데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및 관련 장비 공급 지연 등으로 원활하지 못했다.
NHK에 따르면 회전초밥 체인점인 '스시로'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증세 첫날인 1일 전국 531개 점포 중 197개 점포에서 소비세가 10%가 아닌 0%로 계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군마(群馬)현의 한 홍차 전문점은 소비세 인상을 반영한 금전등록기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가게에서 홍차를 마시고 가는 손님들에게일일이 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금액을 계산한 뒤 수기로 작성한 전표나 영수증을 제공했다.
사이타마(埼玉)현에서는 소비세 인상을 이용한 사기 미수 사건도 있었다.
한 60대 여성은 시청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로부터 '보험료 환급금이 있는데 세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돈을 받으려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설명을 믿고 ATM에 가려고 했으나 사기 가능성을 의심한 남편이 신고해 실제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소비세율 인상에 맞춰 운임을 인상하려고 한 버스 회사 가운데 증세 기준일보다 하루 빠른 지난달 30일부터 운임을 올려 초과 요금을 받은 업체가 9개 있었다.
국토교통성은 더 요금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다.
오사카(大阪)에서는 지하철역 판매기가 시스템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고 나고야(名古屋)에서는 민영 철도 8개 역에서 발매기의 전원이 차단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소비세 인상에 따라 요금 체계를 변경하면서 장애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추정했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일부 점포에서 매장 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폐쇄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매장에서 먹을 경우 소비세 8%, 먹지 않고 가져갈 경우 10%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점원은 설명했다.
일부 편의점은 소비자가 종업원에게 매장 내에서 먹겠다고 하는 경우에만 10%를 적용하고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으면 테이크아웃으로 간주하고 8%를 적용하는데,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아 소비세 8%를 적용받은 소비자들이 매장 내에서 그대로 음식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한 회사원(56)은 "점원이 묻지 않으면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무리"라고 평가했다.
현금 결제가 중심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소비자가 낸 돈을 일부 돌려주는 포인트 환원을 할 수 있는 무현금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번 소비세 인상이 전(全)세대형 사회보장 시스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면서 "일본의 경우 계산능력이 매우 높은 국민성이라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계산 능력과 국민성 사이에 과학적으로 확인된 연결고리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외국인 노동자가 편의점 등 일본 서비스업계에서 다수 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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