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트럼프가 모든 결정 내리는 '1인 정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무부와 법무부 등 행정부 핵심 부처들이 갈수록 본래 업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 치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을 조사하도록 요청하거나 지난 2016년 대선에 러시아의 개입은 없었다는 트럼프 진영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WP는 지적했다.
윌리엄 바 장관의 법무부는 지난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조사 결과를 불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 장관은 자국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에 대한 일반의 신뢰가 하락하길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을 법무부의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바 장관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개입 스캔들 '조사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외국 정보기관들의 도움을 얻고자 외국 정보기관 관리들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벼르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의 실마리를 제공한 정보원을 색출하겠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전 장관인 힐러리 클린턴 2016 대선 민주당 후보의 개인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낸 130여 전ㆍ현직 직원들의 이메일 기록을 조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탄핵 관련 의회 청문회에 국무부 직원의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부처 관리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위가 적절하고 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주요 부처의 이러한 행태는 트럼프의 막강한 권한과 그가 행정부내에 조성하고 있는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백악관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독립을 유지해왔던 부처들이 지금은 대통령의 개인적 관심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역사가이자 리처드 닉슨 도서관장을 지낸 티머시 내프탈리는 "바와 폼페이오 장관이 대통령의 오도된 세계관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항상 모든 정부 활동이 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하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공화국에서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행정에 문외한일 만큼 초보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지금 권한 행사에 자신감을 갖고 방패막이가 될 측근들을 중용하고 자신의 지시에 순응하는 충성파들을 고위직에 기용하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핵심 브레인이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순식간에 떨려날 만큼 거의 모든 결정을 대통령 자신이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권 분립, 견제와 균형 등 비교적 전통적 기풍에 충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억제해온 주요 관리들이 퇴진했다.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 존 켈리와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H.R.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대표적 인사이다.
지금은 백악관 내에서 균형 있는 온건하고 계몽적인 조언을 제공하거나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인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며 '대통령 1인 정부'라는 새로운 기풍이 득세한 상황이라고 한 전직 고위관리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받지 않은 독주가 계속되면서 이제 그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없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평소 자신의 사업과 2016년 대선전에서도 자신이 유일한 메시지 전달자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그 지원 역할을 하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지금 백악관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의 행정부에서는 이제 그의 심적 고통이나 개인적 추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은 관리들은 조롱당하고 배제될 위험이 있으며 볼턴 전 보좌관이 예로 지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정책을 주도했던 볼턴이 퇴진한 후 그를 "미스터 터프가이'로 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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