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자문기구 "부유세 폐지 낙수효과 없다"

입력 2019-10-02 18:47  

프랑스 총리자문기구 "부유세 폐지 낙수효과 없다"
프랑스 스트라테지, 부유세 폐지 등 세제개편 효과 보고서 발표
"부유세 폐지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효과 확인 안 돼…데이터 더 확보해야"
마크롱, 부유세 폐지로 '부자들의 대통령' 별명 붙어…경제관료 "너무 성급한 분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붙여준 계기인 부유세(ISF) 폐지 조처가 아직 별다른 '낙수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정부자문기구의 보고서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일간 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독립성장전략자문기구인 '프랑스 스트라테지'는 지난 1일 보고서를 내고 아직 부유세 폐지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제개편 전후로 성장, 투자, 자금 흐름 등의 거시경제 변수들을 살펴본 결과, 실질적 효과를 결론지을 만큼 충분하게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총리에게 성장전략을 자문하는 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특히 부유세 폐지의 수혜 계층의 여유자금이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제개편 부문의 평가를 맡은 파브리스 랑글라르 위원은 이 정도 개편의 효과를 측정하려면 성장이나 투자 등의 거시경제 변수만 갖고 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의 가계 경제에 대한 데이터 등 추가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만으로는 부유세 폐지의 '낙수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기존의 부유세 대신 도입된 부동산자산세(IFI)는 5천만 유로 이상의 자산을 가진 상위 0.1% 계층에 평균 0.2%의 세율로 부과됐다는 통계도 덧붙였다.
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외국으로 이주한 사례는 2013년 900여건에서 2017년 376건으로 2004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줄었다고 명시했지만, 이것이 부유세 폐지 등 세제 개편의 효과로 나타난 것인지를 검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부유세(ISF)는 1980년대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분배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한 보유세로, 2017년까지 130만 유로(17억원 상당)가 넘는 자산을 가진 개인에게 부과됐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촉진을 내세워 기존의 부유세(ISF)를 부동산자산세(IFI)로 대폭 축소 개편하면서 부유세를 사실상 없앴다.
정부가 기존의 ISF를 부동산 보유분에만 부과하기로 하고 자산에 대한 투자지분 역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부유세를 폐지하자 좌파 진영과 서민계층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들은 부유세 폐지를 밀어붙인 마크롱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부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서 공세에 나섰고, 마크롱에게는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마크롱은 작년 하반기에 서민경제 개선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연속시위가 정점으로 치닫자 유류세 인상 철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양보책을 줄줄이 내놓으면서도 시위대에서 분출한 부유세의 원상복구 요구는 거부했다.
조세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지켜봐야 하므로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랑글라르 위원장 역시 부유세 폐지의 경제적 효과를 검증하려면 2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의 보고서 발표 여부를 놓고도 위원회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부유세 폐지의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는 것이 프랑스에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방증한다.
보고서가 나오자 프랑스 재정경제부에서도 너무 성급한 분석이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져나왔다.
한 경제관료는 르 몽드에 "우리는 긍정적 지표를 여러 개 갖고 있지만, 지금 당장, 이 지표들이 세제개편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를 기업에 투자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주는 신호(시그널)"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부유세 폐지의 효과를 면밀히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4월 노란 조끼 연속시위 대처의 일환으로 마련한 '국가 대토론'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세제 개편의 효과를 평가해 별다른 효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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