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사 10시간 후 美도 태평양 향해 ICBM 발사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앞두고 미사일 시험 '신경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북한이 2일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미국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가 오는 5일 비핵화 실무협상을 하기로 하는 등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는 와중에 군사적으로는 서로 미사일 시험을 하며 장외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미 공군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 공군은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약 6천750km를 비행한 뒤 마셜 군도의 한 환초까지 도달했다.
다만 이 미사일은 탄두를 제거한(unarmed) 미사일로, 실제 탄두와 같은 무게의 물체를 장착해 날아가지만 표적에 도달해도 폭발하진 않는다.
미국의 이번 시험은 북한이 SL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미 공군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2일 오전 1시 13분이며, 한국 시간으로는 2일 오후 5시 13분이다.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한 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오전 7시 11분임을 감안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10시간가량 후에 미국도 ICBM 시험에 나선 것이 된다.
북한이 5일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한다고 유화적 태도를 보인 바로 다음 날 국제적 도발로 비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 역시 미사일 시험으로 응수한 모양새가 됐다.
다만 미 공군은 "ICBM 시험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 안보의 핵심 요소로서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보장한다"면서도 "시험 발사가 지역적 긴장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발사 일정표는 3년에서 5년 전에 마련되고, 개별 발사 계획은 발사 6개월에서 1년 전에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역으로 생각하면 북한이 미국의 ICBM 발사계획을 알고 이에 미사일 시험발사로 먼저 대응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미국과 북한이 같은 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며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5월 9일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거의 비슷한 시각에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을 쐈으며, 이와 별도로 플로리다주 해안에서도 SLBM 시험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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