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동맹·통관·규제…英이 제안한 브렉시트 해법은

입력 2019-10-03 04:16  

관세동맹·통관·규제…英이 제안한 브렉시트 해법은
북아일랜드, 상품·농식품 EU 규제 적용…英 기존 입장서 양보
통관확인 절차 등 관련해 구체성 결여돼…밀수 악용 가능성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보낸 서한과 설명서에서 브렉시트(Brexit) 이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방안은 이른바 '안전장치'(backstop)를 제거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안전장치'는 '하드 보더' 부활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후 양측이 미래 관계 합의에 이르기 전에는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한편, 북아일랜드는 EU 규제를 따르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를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EU 관세동맹 잔류 시 영국이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존슨 총리는 '안전장치'를 없애면서도 동시에 '하드 보더' 부활을 막기 위한 대안을 이날 EU에 제안했다.
공영 BBC 방송,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영국 정부의 제안과 거론될 수 있는 문제점을 상세 부문별로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의 대안은 양보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red lines), 임시방편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고 평가했다.

◇ 관세동맹(customs union) = 영국 정부는 이날 내놓은 대안에서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브렉시트 이후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각각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세 지대로 나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관세율이 다르다 보니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를 오가는 화물트럭 등은 세관신고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모두 EU 회원국인만큼 국경이 완전히 개방돼 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서로 다른 관세 체계를 갖게 되면 이처럼 개방된 국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EU 측의 주장이다.



◇ 통관 확인(customs checks) = 영국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 세관이나 다른 물리적 인프라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전자신고를 통해 통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EU 측에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만약 물리적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전체 교역량 중 매우 소량에 대해서만, 그것도 국경이 아닌 물류창고나 '지정된 장소'(designated location)에서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서는 배송물 100개 중 1개 정도를 선택해 신고서류에 있는 내용과 동일한지를 검사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지정된 장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영국 정부의 제안이 채택된다면 통관절차는 기술 및 국경에서 떨어진 곳에서의 확인 작업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BBC 방송은 EU가 현재 EU 외 국가와의 국경에서 통관 절차를 완전히 면제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EU에 속하지 않는 노르웨이와 EU 회원국인 스웨덴 간 국경에서는 하루에 평균 1천300대의 화물트럭이 오가고 있다.
양측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통관확인 등의 절차에 트럭당 평균 20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사례를 보면 첨단 기술을 활용한 통관확인 면제라는 영국 측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이전부터 나타내 왔다.
영국 정부는 아울러 이번 계획에서 소규모 무역업자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통관절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관세를 내야 하는 업체와 내지 않는 업체를 어떻게 탐지하고, 적발할 수 있을지, 또 밀수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통관확인 절차 면제 허점을 이용해 불법무장단체 등이 무기를 밀수하는데 악용할 수 있고, 이는 아일랜드섬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상품 규제(regulations on goods) = 영국 정부의 제안 중 기존에 비해 크게 양보한 부분이 바로 상품 규제에 관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에도 농식품은 물론 제조업 상품과 관련해 영국이 아닌 EU의 규제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농식품에 관해서만 EU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하나의 규제 지역'(all island regulatory zone)이 되기 때문에 양측을 오가는 상품에 대한 상품 규격 및 안전기준 확인 절차가 생략된다.
오히려 EU 규제를 따르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규제가 적용되는 본토 사이에서 관련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반입되는 농작물이나 축산물, 식품 등은 EU의 규격이나 식품안전 기준 등에 맞는지 등을 확인하는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련 상품은 다시 영국으로 보내지게 된다.



◇ 북아일랜드의 거부권(Stormont's say) = 영국 정부는 그동안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규제 국경'이 생기는 것은 영국의 통합성을 해치는 만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영국 정부는 이번 대안에서도 농식품 및 상품과 관련해 북아일랜드를 EU 규제에 일치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대한 민주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도록 일종의 거부권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에 부여하도록 했다.
EU의 규제를 북아일랜드에 적용하기 전에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및 의회에 동의 여부를 묻고, 4년마다 이같은 계획을 연장할지 여부 역시 결정하도록 했다.
만약 북아일랜드가 동의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EU 규제 적용은 중단된다.
문제는 북아일랜드에 일방적인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은 EU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아일랜드가 EU의 식품안전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아일랜드와의 사이에서 검역 등의 절차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완전히 개방된 국경'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만든다.
북아일랜드 내에서도 영국에 잔류를 원하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하는 민족주의자 정당 간 의견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뉴 딜'(new deal) = 영국 정부는 이번 대안에서 이른바 북아일랜드의 경제 성장과 인프라 개선, 국경 간 교역 촉진을 지원하기 위한 '뉴 딜'을 제안했다. 이는 이번 대안이 원활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이른바 북아일랜드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더타임스에 브렉시트 합의를 위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상당한 재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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