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않은' 이라크…곳곳서 반정부시위로 사상자 속출(종합2보)

입력 2019-10-03 22:23  

'심상치않은' 이라크…곳곳서 반정부시위로 사상자 속출(종합2보)
일자리·부패청산 요구 시위대에 실탄·최루가스 동원한 강경진압
사흘간 21명 사망…SNS 통한 자발적 시위 확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바그다드 등 전국 곳곳에서 부패청산과 수도·전기 부족,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일과 2일 이어 3일에도 벌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는 규모가 커지고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를 진압하려는 군경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는 물론 실탄까지 쏴 사상자가 속출했다.
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도 바그다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를 겨냥한 군경의 발포로 지난 사흘간 21명이 사망했고 군경을 포함해 수백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시위가 시작된 1일 2명이었지만 2일 7명, 3일 12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라크 치안 당국은 수도 바그다드에 3일 새벽부터 전면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시위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으로 가는 주요 도로를 차단했다.
그런데도 이날 오전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군경과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시위대는 타이어를 불태우면서 군경과 대치했고, 일부 남부 도시에서는 관공서가 불타기도 했다.
이라크 군경은 타흐리르 광장으로 가려는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저지했고, 기관총을 하늘을 향해 발사했다.
AP통신은 일부 남부 지역 도시에도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정부 시위는 바그다드를 시작으로 바스라, 나자프, 나시리야, 힐라, 다와니야 등 이라크 남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세다. 이라크 남부는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고 유전 지대가 밀집한 곳이다.
종파적으로 혼재됐거나 수니파가 약간 우세한 중북부 키르쿠크, 티크리트, 동부 디얄라에서도 소규모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주도한 정파나 중심 조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이지만 만성적인 정치권의 부패, 수도·전기 인프라 부족,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라크의 청년층 실업률은 20% 이상이다.
바그다드에서 시위에 참여한 압둘라 왈리드씨는 AFP통신에 "우리는 일자리와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원한다. 몇 년 동안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2일 이라크 정부는 새벽부터 바그다드 거리에 중무장 병력 수백명을 배치하고 주요 도로를 차단했지만 시위를 봉쇄하지 못했다. 군경과 시위대는 격하게 충돌했고, 시위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시위를 알리는 통로인 SNS도 일부 제한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라크 국방부는 3일 "모든 부대가 최고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총리는 1일 "젊은 층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라며 "석유부 등 정부 부처에 앞으로 외국 기업과 계약할 때 고용 인력의 50%를 각 지방의 현지 인력에 할당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3일 아침에는 이라크 중앙정부 관공서와 의회, 미국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그린존의 공터에 박격포 2발이 떨어져 이라크군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2일 낸 성명에서 "시민과 이라크 군경 모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우려한다. 정부와 시위대 모두 긴장을 줄이고 폭력을 금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로 성지순례 하는 자국민에게 이라크 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성지순례를 연기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일부 국경 검문소를 일시 폐쇄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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