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혹' 유탄 맞은 호주총리 "통화 특별할 것 없었다"

입력 2019-10-03 08:52  

'우크라이나 의혹' 유탄 맞은 호주총리 "통화 특별할 것 없었다"
"트럼프와 통화 녹취록 공개" 야권 요구에 난감한 입장 처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의 유탄을 맞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야당의 공세에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미국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한 미 법무부의 조사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3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호주 언론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는 전날 호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상당히 특별할 것이 없는 대화였다"면서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호주는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난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해 왔다. 그건 매우 짧은 대화였고, 압박이 담겨 있었다고 묘사할 것이 못 됐다"고 강조했다.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조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모리슨 총리에게 요청했다고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전에 주미 호주 대사를 통해 이미 관련 조사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그건 호주 정부가 기꺼이 돕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뭔가에 대한 상당히 정중한 요청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할 것을 압박하면서 썼던 "부탁"(favor)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기억하는 바로는 없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오히려 그런 협력을 거절하는 것이 "매우 놀라운"(quite extraordinary)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숨길 것이 없다. 우리는 조사 대상도, 당사자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주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이 있는지와 공개 의사를 묻는 말에는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호주 야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듯 모리슨 총리도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호주·뉴질랜드·태평양연구센터의 앨런 티드웰 소장은 "미국 국내 정치 분쟁에 엮인 것은 모리슨 총리에겐 정말로 좋지 못하다"면서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를 지적하며 '실제로 무슨 말을 했냐'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모리슨 총리를 백악관 만찬에 초대하는 등 최근 수개월 간 모리슨 총리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외국 정상이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있는 일이었다.
에릭 골드스타인 보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모리슨 총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가치를 두는 것을 보인다면서 "모리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도울 뭔가를 했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먼저 호의를 보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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