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시위사태 장기화 타격 겹쳐…"10월에는 더 나빠질 것"
8월 관광객 수 작년 동기보다 40% 급감…16년전 사스 유행 후 최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7주째를 맞은 가운데 시위 장기화와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홍콩 경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지난 8월 소매판매액이 294억 홍콩달러(약 4조5천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껏 최악을 기록했던 1998년 9월보다 더 가파른 감소치이다. 당시에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해 소매판매가 급감했다.
금융시장은 8월 소매판매액 감소율이 14%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현실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정부는 시위 사태로 인한 홍콩 방문 관광객의 급감과 무역전쟁으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 등이 소매판매의 급감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더구나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소매업협회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았다"며 "시위 사태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0월 소매판매 감소율은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건물 소유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소매 점포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선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는 등 지난 1일 국경절 시위가 최악의 폭력 사태를 기록하면서 홍콩의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국경절 5일 연휴 '골든 위크' 특수도 실종됐다.
지난해 골든 위크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120만 명에 달했지만, 올해 국경절에 홍콩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지난해 국경절보다 62.4% 급감했다.
홍콩 시위 사태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홍콩의 주택 가격은 지난 8월 1.4% 하락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주택, 사무실, 상가, 주차장 등을 포함한 홍콩의 부동산 거래액은 364억 홍콩달러(약 5조6천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14% 급감했다. 지난달 부동산 거래액은 최근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활동이 침체하면서 센트럴,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등 홍콩 번화가의 8월 사무실 공실률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최근 5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 마오산 지역의 한 아파트는 당초 나온 가격보다 20.2% 낮아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으며, 전날 정관오 지역의 아파트는 당초 제시가보다 7.1%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HSBC 등 홍콩 주요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물로 잡는 주택의 평가액을 속속 낮추고 있다.
부동산 기업 미들랜드의 임원 에릭 옹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마저 점차 악화하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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