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英서 처음으로 체벌금지법안 3일 표결…가결될듯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국내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할지를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BBC가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BBC는 이날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영국 전체에서는 아동을 훈육하기 위해 '합당한' 물리적 힘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정부가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체벌 금지 법안은 오는 3일 오후 예정된 표결에서 스코틀랜드 의회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망했다.
법안은 당초 존 피니 녹색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보수당을 제외하고 녹색당과 국민당, 노동당, 자유민주당의 지지를 얻고 있다.
피니 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의 가장 작고 연약한 시민이 폭력으로부터 완전한 보호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체벌은 21세기 스코틀랜드에 있어선 안 된다"며 "그것이 아이들에게 심각하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국제적 증거가 말해 준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현행법에선 성인에 대한 신체적 공격은 폭력으로 취급될 수 있지만, 아동의 경우 이와 비슷한 보호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는 16세 이하 아동에 대한 훈육의 형태로 물리적 힘을 가했을 때 아동 폭행 혐의를 받더라도 '합당한 체벌' 또는 '정당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당한 체벌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법원은 체벌의 성격, 기간, 횟수, 아동의 연령, 신체적·정신적 영향 등의 요인을 고려하게 된다.
실제로 이는 부모가 자녀를 손으로 때리는 것이 허용된다는 의미지만, 머리를 때리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미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선 체벌이 완전히 금지됐다.
피니 의원의 법안은 향후 '정당한' 체벌이라고 방어할 수 없다는 것으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어떤 체벌도 기소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법안은 구체적으로 때리기, 차기, 흔들기, 할퀴기, 꼬집기, 머리 당기기, 아동을 불편한 자세로 두는 것, 강제로 음식을 섭취하게 하는 행위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에 반대하는 단체 측은 이러한 움직임이 심각한 신체적 학대를 받는 희생자로서의 아동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좋은'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개입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지난 1979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이번에 체벌이 금지되면 58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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