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 시카고 만국박람회장 주전시관…1천500억원 기부한 시타델 창업주 켄 그리핀 이름 따기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유구한 역사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시카고 명소 '과학산업박물관'(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이 개관 86년 만에 명패를 바꾼다.
박물관 측은 3일(현지시간) 박물관 역사상 최대 기부금을 쾌척한 시카고 출신 헤지펀드계 거물 켄 그리핀(50)의 이름을 따 공식 명칭을 '케네스 C.그리핀 과학산업박물관'(Kenneth C. Griffin 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으로 변경한다고 공표했다.
박물관 이사회는 이날 오전 그리핀이 제시한 1억2천500만 달러(약 1천500억 원) 기부금과 명칭 변경안을 승인했다.
박물관 측은 "공식 명칭 외에도 박물관 내에 북미지역에서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최첨단 디지털 갤러리와 체험 공간을 새로 조성하고, 별도 그리핀 이름을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 그룹인 시타델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그리핀의 순자산 규모는 지난 9월 1일 기준 320억 달러(약 38조 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2019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 38위, 헤지펀드 매니저 소득 순위 4위에 올라있다.
그리핀은 "과학산업박물관은 우리가 과학적·상업적으로 이룬 큰 성과들을 기념하는 곳이며,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학기관 중 하나로, 그 영향력은 건물 내에 국한돼있지 않다"면서 "차세대 과학 탐구 및 혁신 의지에 영감을 불어넣는 과학산업박물관을 지원할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타델 웹사이트에 따르면 그리핀은 이번 기부 이전까지 개인자산 총 9억 달러를 교육·문화계에 기부했다.
데이비드 모세나 박물관장은 "놀라울만치 관대한 기부금 덕분에 과학산업박물관은 21세기 과학 학습에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 경험 및 차세대를 위한 미션 수행 프로그램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공식 명칭 변경을 추진할 방침이나, 필요한 서류 작업을 마치기까지 약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물관 이사회 측은 "그리핀의 기부 덕분에 박물관 자본증식을 위한 기금모금 캠페인 모금 총액이 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기부로 조성된 기금이 2배로 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새로운 전시관들을 만들고, 갤러리들을 개보수하고, 박물관 건물을 현대화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면적 5만7천㎡에 75개 전시실을 갖춘 네오 클래식 양식의 과학산업박물관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당시 주 전시관으로 쓰였다. 1933년 건물 일부를 박물관으로 개관했으며, 1940년 전체로 규모를 확대했다.
과학산업박물관 방문객수는 작년 기준 156만여 명으로, 개관 이래 1억9천만 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카고에서 시카고 미술관에 이어 2번째로 인기 많은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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