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티베트인들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에 中개입 거부"

입력 2019-10-06 10:46  

망명 티베트인들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에 中개입 거부"
20여개국 티베트인 350명 특별총회…"환생 제도 지속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이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 선정방식을 관습대로 유지하되, 중국의 개입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 티베트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티베트 망명 정부와 의회가 소집한 특별총회에서 참석자 350명은 사흘간 토의 후 만장일치로 선언문을 채택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총회에는 인도·네팔에 사는 티베트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대만에 이르기까지 세계 20여개국에 사는 티베트인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티베트인들이 존재하는 한 달라이 라마는 계속 환생해야 한다"며 "후계자 결정은 전적으로 달라이 라마에게 권한이 있고, 어떤 정부·조직·개인도 힘이 없다"고 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14대 달라이 라마의 나이가 84세이기에 후계자 선출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그간 달라이 라마는 "로마 교황 선출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자도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해 주목받았다.
그는 "만약 다수가 (환생자를 후계자로 삼는) 관습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며 티베트인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티베트인들이 특별총회에서 관습을 따르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특히, 후계자 선정이 전적으로 달라이 라마에게 달렸다고 선언해 중국 정부의 개입을 거부했다.
총회에 참석한 티베트청년회의 곤포돈둡 의장은 "티베트인들이 단결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 정부에 보냈다는 점에 만족한다"며 "차기 달라이 라마 선정에 중국의 어떤 간섭도 정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지명, 승인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후계자 선임에 직접 개입할 의사까지 보였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달라이 라마를 포함한 활불(活佛)의 환생은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고 종교 의궤와 역사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회·환생을 믿는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의 사후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수백 년간 이어왔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입적하기 전에 환생할 장소를 예시하거나, 환생할 달라이 라마에 대해 예시하기도 한다.
고승들은 예시의 내용을 가지고 후대 달라이 라마가 될 아이를 찾게 되며, 선택된 아이는 자질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받고 18세가 되면 정식으로 즉위한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두 살이던 1937년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검증하는 여러 시험을 통과한 끝에 14대로 인정받았고 1940년 공식 즉위했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1950년 중국의 침공으로 티베트가 주권을 잃고, 1959년 티베트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봉기했다가 실패하자 인도로 탈출해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60년간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왔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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