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별도 기사로 구 선수 사연 소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2019 럭비 월드컵 개최국인 일본이 조별 리그전에서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사상 첫 8강 토너먼트 진출 티켓을 확보한 가운데 일본 대표팀 전력의 한 축을 이루는 한국 출신 구지원(25·혼다) 선수에게 일본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사히신문은 7일 A조인 일본팀이 전날 조별 리그전 3차 상대인 사모아를 38-19로 꺾은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한일 응원을 딛고 돌진'이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로 구 선수를 소개했다.
아사히는 "일본 스크럼의 맨 앞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이 구지원"이라며 스크럼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우(右) 프롭인 구 선수가 일본팀이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일군 지난달 28일의 2차전 아일랜드전에 이어 사모아전에도 선발로 출장했다고 전했다.
프롭은 포워드가 스크럼을 짤 때 제1열 양쪽에서 스크럼의 중심이 되는 선수다.
이 신문은 구 선수가 일본 대표팀에서 최중량급인 122㎏의 체격을 앞세워 세계 굴지의 힘을 자랑하는 사모아 선수들에게 태클로 맞서면서 후반 도중 교체될 때까지 일본팀의 공수(功守)를 지탱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구 선수가 걸어온 길도 비교적 자세히 전했다.
1980~90년대 한국 럭비 대표로 뛴 구 선수의 아버지 구동춘 씨가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이름난 프롭으로 구 선수가 현재 소속된 일본 실업팀 '혼다'에서도 활약한 사실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구 선수가 럭비를 시작한 사연 등을 소개했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구 선수는 중학교 시절에 형인 지윤(27) 씨가 유학 중이던 뉴질랜드에 갔다가 어린 친구들이 홀로 럭비 연습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구 선수는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럭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와 역시 럭비 선수인 형과 함께 오이타(大分)현에 있는 일본문리대부속고에 진학했다.
구 선수는 경기 환경이 갖춰진 일본의 럭비 대표 선수가 되어 세계와 싸우겠다는 꿈을 품고 학교 기숙사 근처의 산길을 매일 달리며 하체를 단련했다고 한다.
당시 구 선수를 지도했던 소메야 마사요시(51) 씨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구 선수 가족의 화목했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며 "프롭으로 대성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크게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실을 아는 구 선수 부모가 '럭비를 위해서'라며 구 선수에게 잘 먹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또 지원·지윤 형제는 아버지와 같은 럭비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며 형이 연습 중 부상하면 얼음을 갖고 달려가던 구 선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형인 지윤 씨도 현재 혼다 소속 럭비 선수여서 세 부자(父子)는 혼다 럭비팀의 선후배 관계로 맺어져 있다.
구 선수는 최근의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해 "걱정하는 점도 있었지만 (한일) 양국에서 응원해 줘 솔직히 기쁘다"며 "(더 열심히 뛰어) 양국에서 더 많은 응원을 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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