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표단, 군 수송기에 PC·태권도복·운동화 싣고 와
상록수부대 1999년 10월부터 4년간 3천328명 파병 활동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군이 동티모르에 정말 마음을 다했거든요.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니 고마워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국군 상록수부대의 동티모르 파병 20주년을 기념해 국방대표단을 이끌고 동티모르를 방문한 이석구(육군중장) 국방대 총장은 6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동티모르는 452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감독하에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결정했으나,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혈사태를 벌였고 당시 김대중 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록수 부대를 파병했다.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 철수할 때까지 4년간 우리 군인 총 3천328명이 동티모르에 파병됐으며, 장병 5명이 임무 수행 중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중장은 2000년 4월부터 7개월간 상록수부대 2진 민사과장을 지냈다.
그는 "거의 20년 만에 다시 왔음에도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난다"며 "동티모르 전역이 폐허가 됐기에 우리 군이 생필품과 의약품 지원부터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고, 태권도를 가르치는 등 '패키지 구호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이 베푸는 입장이지만, 현지인들의 자존심도 고려해 헌신적으로 평화유지 활동을 했다"며 "동티모르인들이 우리를 '말라이 무띤'(다국적군의 왕)이라고 불렀었다"고 덧붙였다.
이 중장은 당시 24인용 텐트에서 생활하고 인터넷이 잘 안 돼 위성을 통해 가끔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하는 상황이었지만, 최일선에서 동티모르인들은 물론 유엔기구 직원, NGO 활동가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주동티모르 한국대사관은 이번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을 맞이해 군 수송기를 띄워 달라고 적극적으로 본국에 요구해 수용됐다.
지난 5일 한국에서 출발한 수송기에는 이 중장을 비롯해 상록수부대로 복무했던 3명과 유엔사령부 근무자 1명, 육군 태권도 시범단 등 총 22명의 국방대표단이 탔다.
특히, 군부대에서 사용 연한이 지난 PC 22대와 태권도복 200벌, 운동화 50켤레 등 선물을 잔뜩 싣고 왔다.
국방대표단은 6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차를 타고 7시간 동안 이동해 오에꾸시의 상록수부대 활동지를 방문했다.
이들은 오에꾸시의 과거 상록수부대 주둔지와 태권도장 등을 둘러보고 순직한 한국 장병 5명의 추모비를 찾아 주민 대표들과 함께 성대한 추모행사를 가졌다.
이 중장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400여명이 모여 순직한 우리 장병들을 기렸다"며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으로 마음이 통했다"고 전했다.
추모식에서는 현지인들의 태권도 시범도 있었다. 상록수부대가 처음 전파한 태권도를 현재 동티모르인 5천여명이 수련하고 있다.
이 중장은 "예전보다는 길도 닦이고 여러모로 좋아졌지만, 아직은 많은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며 "21세기에 독립한 최초의 국가인 동티모르가 우리나라처럼 우뚝 설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가면 동티모르에 태권도 사범이 파견될 수 있도록 태권도진흥재단과 협력하는 한편 국방대 총장으로서 여러 대학 및 유관기관과 논의해 동티모르의 인재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방대표단은 마탄 루왁 동티모르 총리 예방과 PC 전달식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8일 귀국한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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