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오래전부터 2형(성인) 당뇨병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 난치성 중추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에 특효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 기능, 배뇨-배변 장애, 인지장애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현재 완치 방법은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의과대학의 로빈 프랭클린 줄기세포의학 교수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다발성 경화증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인 뇌 신경세포의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 손상을 유발시킨 모델 쥐에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결과 3주가 지나자 손상된 미엘린 수초가 놀라우리만큼 거의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엘린 수초는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의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이 미엘린 수초를 공격,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한다.
이 모델 쥐들은 메트포르민이 투여되지 않은 대조군 쥐들에 비해 "거의 완벽하게" 손상된 미엘린 수초가 재생됐다.
"효과는 너무도 확실하고 뚜렷했다"고 프랭클린 박사는 강조했다.
미엘린 수초는 일종의 줄기세포인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oligodendrocyte precursor cell)에 의해 만들어지는 데 메트포르민이 이 줄기세포를 활성화시켜 손상된 미엘린 수초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이긴 하지만 효과가 너무나 놀라워 내년에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에서도 최소한 다발성 경화증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더 이상의 신경수초 손상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낙관한다고 프랭클린 교수는 말했다.
환자 중에서도 첫 단계인 특히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RRMS: Relapsing Remitting MS)에서 제2단계인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SPMS: Secondary Progressive MS)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환자들에게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처음엔 증상이 악화되고 완화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작돼 일정 기간 진행되다가 증상이 지속해서 악화되는 2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에 이르게 된다.
연구팀은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일단의 다발성 경화증 모델 쥐에 6개월 동안 하루걸러 먹이를 주지 않는 부분 금식을 시켰다.
그 결과 또한 메트포르민과 비슷한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메트포르민과 금식이 모두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를 활성화시켜 손상된 미엘린 수초를 재생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에든버러대학의 애너 윌리엄스 재생신경학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작용기전이 "비교적 간단"하고 값싼 약이라면서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 증상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 연구결과는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 최신호(10월 3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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