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트럼프·줄리아니 관련 인사들도 우크라이나서 이득 추구"

입력 2019-10-07 17:58   수정 2019-10-07 18:07

AP "트럼프·줄리아니 관련 인사들도 우크라이나서 이득 추구"
릭 페리 에너지 장관은 우크라 국영 가스회사 이사진 교체 시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운영하는 기업에 계약 몰아주려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관리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상 이득을 얻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고 AP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화당에 고액을 기부한 미 사업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와의 연줄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의 거대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 고위 임원에게 접근했으며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은 이 회사의 이사진 교체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이득이 되는 계약을 몰아주려 했다는 것이 이 사안을 잘 아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AP통신이 지목한 미 사업가는 옛 소련 출신으로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부동산 기업가인 리브 파르나스와 이고르 프루먼, 그리고 플로리다 출신의 석유업계 거물 해리 사전트 3세 등 3명이다.
파르나스와 프루먼은 공화당에 수십만 달러를 기부한 큰 손이다. 이들은 지난해 공화당 정치활동위원회(PAC)에 32만5천 달러를 기부하고 백악관이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참석 행사와 공화당 초고위층 파티 자리에 발을 들일 기회를 얻었다.
사전트는 그와 아내, 회사 명의로 지난 20년간 공화당 선거와 PAC에 총 120만 달러를 기부한 인사다. 지난 6월 '트럼프 빅토리' 펀드에 10만 달러를 쾌척했고 줄리아니가 2008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1만4천 달러를 내놓았다.
세 사람은 지난 3월 초 텍사스에서 열린 한 에너지 산업 콘퍼런스에서 나프토가즈의 고위 임원인 앤드루 파보로프에게 접근했다. 당시 이들은 안드리이 코볼리예프 대신 그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앉히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간 유조선 탱크선 100척 규모의 미국산 액화가스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며 파보로프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인맥을 과시하며 가스 판매사업 계획에 대해 대통령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르나스는 또 파보로프를 만나지 몇주 후인 3월 24일 줄리아니와 함께 워싱턴DC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부 대변인과 트럼프 캠프 공보 부국장을 지낸 힐리 바움가드너 '45 에너지 그룹' CEO와 만나 우크라이나 가스 계약 관련 프레젠테이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특히 이들의 LNG 사업에 나프토가즈의 이사진 교체를 추진한 릭 페리 미 에너지 장관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페리 장관은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취임식에 미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과 사적으로 만나 나프토가즈 이사진을 모두 해고하라고 압박했다.
페리 장관은 특히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 특사를 지낸 아모스 호치스타인을 해고하고, "공화당 내부에서 평판이 좋은" 인사로 대체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이 자리에 배석했던 한 인사가 전했다.
페리 장관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 및 에너지 분야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나프토가즈의 이사회 전체를 교체하길 원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페리 장관의 이런 인사 교체 시도가 파르나스 등 세 사람과 관련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으며, 이런 행동이 범죄라는 의혹 제기도 없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또 줄리아니가 이들의 가스 판매 계약 체결을 돕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 및 행정부와 얽힌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떻게 사업을 추진했는지를 보여준다고 AP는 지적했다.
의심 가는 정황도 눈에 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인사들에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와 관련, 페리 장관이 "LNG 공장에 대한 어떤 것"을 의논하라며 전화하도록 유도해서 통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페리 장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나프토가즈에 대해 대화한 것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산업 분야를 개혁하고, 서방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또 전직 트럼프 변호인으로, 현재 파르나스와 프루먼의 변호를 맡은 존 다우드는 자신의 의뢰인이 아닌 나프토가즈 임원들이 거래를 트자며 먼저 접근한 것이라며 AP 보도를 부인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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