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받은 트럼프의 '침묵'…커지는 대북 대응 딜레마

입력 2019-10-08 00:39   수정 2019-10-08 07:29

공 넘겨받은 트럼프의 '침묵'…커지는 대북 대응 딜레마
탄핵정국서 대선용 대북성과 급한 트럼프, '北 ICBM카드·사변' 언급에 고민
北 '연말시한' 제시 속 트럼프 입 주목…'톱다운외교'로 돌파구 시도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노딜'로 끝난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며 결렬을 선언, '선(先)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북 대응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처한 모양새이다.
더욱이 북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최대 외교 치적으로 꼽아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원점회귀 가능성까지 내비치는가 하면 '끔찍한 사변'이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며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스톡홀름 노딜' 이후 아직 트윗 등을 통한 공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이후 어렵사리 재개된 실무협상이 결렬돼 비핵화 협상이 다시 중대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즉각적 대응을 자제한 채 일단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북한이 '눈엣가시'로 여겨오던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한 뒤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하는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미 국무부가 협상 결렬 후 발표한 성명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들'이라는 표현을 쓴 대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 미 실무협상팀은 상응 조치 등의 측면에서 보다 유연한 카드를 테이블에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새 방법론'은 북한의 '새 계산법'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실무협상 재개의 모멘텀을 살려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등 손에 잡히는 대북 성과를 조기에 마련, 탄핵정국을 돌파하며 재선 가도를 다지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게 됐다.
북한이 숙고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시간표' 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올해 말'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것 자체가 탄핵 국면 와중에 연내 대선용 외교 치적 달성에 목말라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상황을 지렛대로 삼는 것이라는 관측이 미 조야에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당분간은 신중론의 견지에서 대화 기조를 유지하며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무부가 주최국인 스웨덴이 2주 후 북미 간 '스톡홀름 실무협상' 재개를 제안한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은 이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북한이 ICBM 발사 및 핵실험 재개에 나설 경우 이의 중단을 재임 기간 최고의 치적으로 꼽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미를 축소해온 데 이어 지난 2일(한국시간) 이뤄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해서도 "지켜보자"며 반응을 자제했지만, 미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ICBM 발사가 현실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국가안전을 위협하고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협상할 의욕이 없다며 비핵화 논의를 위한 선(先)조치를 압박하고 있는 북한의 '새 계산법' 요구에 맞춰 양보하기도 녹록지 않은 여건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 안팎의 대체적 시선이다.
북한이 염두에 둔 선조치의 핵심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제재 해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엄청난 돈 낭비'라며 수차례에 걸쳐 원색적 비난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준에서 '섣부른 합의' 에 나설 경우 가뜩이나 탄핵 정국 속에서 민주당의 견제 강화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배드 딜'에 대한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는 '하노이 노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실무협상 과정을 통해 실질적 성과가 담보된 연후에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제재 문제와 관련해서도 '핵 동결'이 전제되지 않는 '제재 완화'는 이로 인해 마련되는 자금이 핵 프로그램 개발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 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무력충돌'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경우 미 조야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드라이브에 대한 궤도수정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충동적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 전략'을 거두고 대북 강경론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선 국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스톡홀름 노딜'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하노이 회담 전으로 후퇴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 교환 등을 통한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외교'를 통해 국면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 '입'에 시선이 모아진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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