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 1∼8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22조3천억원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4년간 이어지던 세수 호황이 끝나면서 세금은 생각대로 걷히지 않는데 돈 쓸 곳은 많아져 재정지출이 늘어난 결과다. 지방 재정 분권 강화로 부가가치세 수입이 2조5천억원 정도 줄어든 것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한다. 2000년 누계 통합재정수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에 몇차례 적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진 것은 처음이다. 통합재정은 흔히 예산이라고 부르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에 연기금과 비금융 공기업 지출을 더한 것이다. 여기에서 연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도 이 기간에 49조5천억원의 적자였다. 경기 부진 대응이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예산이 효율적으로 짜이고 제대로 집행되는지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가 재정의 흐름을 한 눈으로 살필 수 있는 두 지표가 이례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이번에 강력한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의 혈세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부정수급 신고자를 공익신고 보호 대상에 넣고 신고포상금 상한을 없애 환수액의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은 꽤 강력해 보인다. 확장재정의 흐름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 수급자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재정 누수뿐 아니라 납세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특별사법경찰과 시도별 보조금 전담 감사팀을 만들어 연중 무작위로 불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고의나 거짓으로 보조금을 받아 간 혐의가 확인되면 담당 공무원도 수사기관에 고발해 처벌받도록 했다. 부정 수급자로 적발되면 수급액의 5배를 물리고 최대 5년간 지급 대상에서도 빼기로 했다.
정부는 합동 점검을 벌여 1∼7월 부정수급 보조금 1천854억원을 찾아내 647억원을 환수했다. 환수액이 지난해 연간 388억원을 이미 훌쩍 넘었다. 건수와 액수도 물론 적지 않지만, 세금을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양심 불량자들의 양태를 보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어떤 유치원 원장은 원생이 해외연수를 떠난 부모를 따라 출국했는데도 서류를 꾸며 보육료를 타냈고, 어떤 사람은 월 소득이 있는데도 무직자 행세를 하며 생계급여를 받다가 덜미를 잡혔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중기재정 계획상으로도 40%대 중반으로 평균 11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아직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초저출산·고령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돈을 내야 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주는데 재정에 부담을 주는 노령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믿음이 갈만한 장기재정 전망을 빨리 내놓고 엄정한 재정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적자가 커지다 보면 관성이 생기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도 닥칠 수 있다. 지금은 확장재정으로 경제의 숨통을 트여줄 시기지만 한편으로 재정 건전성 관리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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