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 보도…"中, 양국관계 새롭게 규정할 문서 작성 요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중국과 일본이 내년 봄으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에 맞춰 양국 관계의 틀을 새롭게 규정하는 제5의 정치문서를 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8일 보도했다.
중일 양국은 1972년 중국의 전쟁배상청구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한 중일 공동성명에 합의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어 1978년 선린우호,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패권 불추구 등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우호조약을 맺었고, 1998년에는 정상 교환 방문 및 21세기 우호 협력을 규정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에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일 공동성명을 4번째 정치문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1998년과 2008년의 정치문서는 각각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을 계기로 발표됐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내년 봄 방일에 맞춰 양국 관계에 관한 제5의 정치문서 작성을 일본 측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쿵쉬안유(孔鉉佑) 주일 중국대사는 지난달 10일 도쿄에서 행한 한 강연에서 "양측이 논의를 심화시켜 조건이 무르익는다면 제5의 정치문서를 만드는 것에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의 의향을 반영한 발언으로, 일본에 (제5의 정치문서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최근 임시국회 연설에서 시 주석의 국빈방일을 거론하면서 "양국 간에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양국 간의 정치문서로 2008년 공동성명이 나온 이후 10년 이상 흐른 만큼 새로운 문서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일 양국에서 시 주석의 국빈방일을 계기로 제5의 정치문서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 제2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상황이어서 향후 10~20년의 양국 관계를 규정할 새 정치문서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놓고는 진통이 예상된다.
마이니치는 국내총생산(GDP)에서 2010년 일본을 따돌리고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지위로 올라선 중국은 시 주석의 거대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등 중국 주도의 신질서를 상징하는 문구를 넣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며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을 중국 측이 요구할 경우 무리해서 제5의 정치문서를 채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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