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연구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모리카와 마치코(森川万智子) 씨가 지난 5일 나가노(長野)현의 한 병원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향년 72세.
고인은 대구 출신 위안부 피해자인 문옥주(1924~1996) 할머니의 일대기인 '문옥주, 미얀마(버마)전선 방패사단의 위안부였던 나'(文玉珠 ビルマ戰線楯師團の慰安婦だった私'를 쓴 프리랜서 작가다.
이 책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혔던 문 할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1996년 나왔다.
그 후 9년 만인 2005년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버마전선의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란 제명으로 이 책의 한국어판을 냈다.
모리카와 씨는 한국어판 에필로그에 "이 책은 전쟁과 군대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기록"이라며 "할머니에게 사죄와 국가배상을 하려 들지 않는 일본 정부가 부끄럽다"고 썼다.
그는 또 대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문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도 할머니의 강인한 성품과 생생한 증언들을 잊을 수 없다"며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삶을 한국인에게 알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후쿠오카(福岡) 태생으로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리카와 씨는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던 1966년부터 1986년까지 노동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체국을 그만두고는 출판사 등에 취업했다가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걸은 고인은 위안부 문제가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던 1990년대 초 피해자들의 일본 강연을 계기로 문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다.
모리카와 씨는 문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대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5개월에 걸쳐 문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던 미얀마 곳곳을 답사하고 2천여 명에 이르는 현지인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문 할머니에 관한 책으로 1996년 일본 학술상인 제16회 야마카와키쿠에상(山川菊榮賞)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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