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전력 경영진 '검은돈 스캔들', 정치권으로 불똥 튈지 관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간사이(關西)전력 경영진 등 고위 간부들이 공사업체의 브로커로 활동한 지역 유력인사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금품과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 브로커가 고문으로 일했던 업체 측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에게도 기부금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통신이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세코 간사장이 대표를 맡은 자금관리단체 '기성회'(紀成會)는 효고(兵庫)현 소재 정비보수업체 야나기타(柳田)산업의 사장인 A씨로부터 총 600만엔(약 6천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A씨는 이 돈을 2012년부터 4년간 정치자금규정법이 정한 개인별 연간 기부금 상한인 150만엔씩 쪼개어 냈다.
야나기타산업은 간사이전력이 발주하는 원전 정비 공사 등을 맡아 왔는데, 올해를 포함해 5년 동안 약 149억엔어치의 공사를 간사이전력과 자회사에서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회를 대표하는 세코 간사장은 A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당시 관방부 부장관(2012년 12월∼2016년 8월)으로 재직했다.
1998년 참의원 배지를 처음 단 뒤 5선 경력을 쌓은 세코 간사장은 2016년 8월 관방부 부장관에서 원전 정책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겨 올 9월까지 재임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주도했다.
세코 간사장 사무실 측은 "순수한 개인 후원자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라며 현재로서는 반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도는 전했다.
그러나 간사이전력 경영진에게 금품을 뿌린 브로커였던 모리야마 에이지(森山榮治) 씨와 야나기타산업의 연계 고리 때문에 세코 간사장 측에 건네진 기부금이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는지를 둘러싼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 3월 사망한 모리야마 씨는 야기 마코토(八木誠) 회장, 이와네 시게키(岩根茂樹) 사장 등 간사이전력의 경영진을 상대로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건설업체로부터 받은 약 3억2천만엔(약 35억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브로커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모리야마 씨는 야나기타산업 사장인 A씨가 기성회에 정치자금을 낼 당시에는 후쿠이(福井)현 다카하마초(町)의 조야쿠(助役·기초단체 부단체장)를 그만두고 야나기타산업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세코 간사장 측은 "모리야마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모리야마 씨가 관계된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국회의원은 집권 자민당에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간사장 대행에 이어 세코 간사장이 2번째다.
이나다 대행은 당 지부를 통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에 모리야먀 씨가 이사로 있던 다카하마초의 한 경비회사로부터 36만엔의 기부금을 받았다.
교도통신은 간사이전력이 최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모리야마 씨가 국회의원들과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른바 '모리야마 스캔들'이 정치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