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2천363명 체포…77명은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
"내년 상반기까지 시위 이어질 것" 관측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만 4개월 이어진 가운데, 이제 주말 폭력 충돌이 익숙한 장면이 됐다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전했다.
지난 6월 9일 첫 주말집회는 주최측 추산 103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이후 18주 연속 집회가 이어지면서 폭력 양상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홍콩에서는 7월 초 홍콩 의회인 입법회 청사 점거 시위와 8월 중순 공항 점거 시위 이후에도 일부 과격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불을 지르거나, 지하철과 중국 관련 은행·식당 등을 훼손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금까지 시위 참여자 2천363명을 체포했으며, 그 중 절반가량은 최근 한 달 새 검거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 중 77명은 홍콩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붙잡혔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한 송환법이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혀왔고, 정부의 공식 철회를 끌어냈다.
하지만 시위대는 5대 요구 사항인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모두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SCMP 인터뷰에서 중국 중앙정부가 5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폭력충돌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현 상황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 충돌 등이 주말 집회에 국한되고 완전 통제 불능상태로 빠지지 않는 한, 홍콩 사회와 중국 중앙정부도 현 상황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일한 현실적 해결방안으로 기존 기구인 '독립경찰감독제소위원회'(IPCC)가 내년 1월 초 경찰의 시위 대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후,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핵심 요구인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SCMP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홍콩 정부가 대화 움직임을 보이다 '복면금지법' 시행에 들어가는 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시위대 역시 어떻게 시위 명분을 이어갈지가 문제라면서, 시위대 내부에서 폭력 행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 익명의 중국 전문가는 일부 시위대 사이에서 나오는 독립요구 움직임에 대해 '위험신호'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티베트와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사례 등을 거론하며 "'홍콩해방' 등의 구호는 중국 중앙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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