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0주년 등 기념…페테르부르크·예카테린부르크서도 큰 반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내년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루어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러시아 순회공연이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순회공연을 시작한 서울시향(대표 강은경)은 8일 저녁 모스크바 시내 자랴디예 콘서트홀에서 약 1천500명의 관객을 상대로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연주를 선보였다.
러시아 주재 한국 문화원이 함께 주관한 공연에는 러시아 정치인, 외교관, 문화계 인사, 일반 음악 애호가들 외에 고려인(옛 소련권 토착 한인)과 현지 한국 교민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서울시향은 먼저 서양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우리 전통 악기인 장구가 어우러지는 작곡가 조은화의 협주곡 '장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自然, 스스로 그러하다'로 무대를 열었다.
현대음악앙상블 'CMEK'의 일원인 장구 연주자 김웅식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색다른 협주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던 청중은 15분 가까운 연주가 끝나자 길게 손뼉을 치며 동서양 음악의 조화에서 받은 감동을 표시했다.
뒤이어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대표적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이 감동의 여운을 이어갔다. 제13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공동 4위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협주자로 나섰다.
임동혁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는 스크랴빈의 곡에 서린 러시아의 우수와 서정을 유감없이 표현하며 현지 관객들의 심금을 두드렸다.
시향은 모스크바 연주의 마지막 곡으로 독일 출신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의 해석이 돋보이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택했다.
슈텐츠는 '영웅' 연주에서 비올라를 중심에 두고 양옆에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을 둘로 분리해 앉히는 색다른 악단 배치를 통해 더블베이스의 저음이 전체 하모니를 감싸는 듯한 신비스러운 효과를 내 감동을 더했다.
'영웅'을 끝으로 약 1시간 반 동안의 연주가 마무리되자 청중들의 열광적 기립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브라보'를 외치는 환성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슈텐츠 지휘자는 열광하는 관객들에 더 이상 연주할 곡이 없다며 악보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앞서 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필하모니아 그랜드홀, 7일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 필하모닉 그랜드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도 큰 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향이 러시아 투어에 나서기는 2010년 모스크바 월드심포니 오케스트라 페스티벌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의 별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 9년 만이다.
강은경 시향 대표는 "미국과 유럽 관객들과 비교해 러시아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러시아의 젊은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음악과 예술을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공연은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내년 한-러 수교 30 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면서 "예카테린부르크 공연에서는 많은 고려인이 눈물을 흘리며 공연장을 떠날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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