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공격에 주민 탈출 행렬 이어져…"당분간 못 돌아갈 듯"
국제 구호기구 "30만명 피란길 오를 것"…14개 인도주의단체 "재앙적 결과 우려"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하채림 기자 = 터키군이 진격한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통제지역에서 피란 행렬이 줄을 이었다.
트럭에 간단한 가재도구와 옷가지만 싣고 삶의 터전을 떠나는 사람들로 도로가 가득 찼으며, 차가 없는 사람들은 등짐을 지고 걸어서 피란길에 오르는 모습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달 9일 터키군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시리아 북동부에서 약 7만명이 피란했다고 10일(현지시간) 추산했다.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이 일대 피란민이 6만4천명이라고 보고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도 개전 하루 만에 6만명 이상이 국경 지역에서 떠났다고 밝혔다.
라미 압델 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 대표는 이날 AFP 통신에 "라스 알-아인, 탈 아브야드, 데르바시에 지역에서 가장 많은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모두 터키 접경 시리아 국경도시로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는 개전 직후 터키군의 공습과 포격이 집중된 곳이다.
쿠르드 민병대(YPG)가 주축을 이룬 전투부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무스타파 발리 대변인은 "터키 전투기가 민간 지역을 공습했다"며 "이 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고 전했다.
IRC는 터키군의 작전으로 30만명이 피란길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터키군의 공격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의 행렬을 조명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트럭 짐칸에 탄 여성은 "폭발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터키군의 포격을 받은 탈 아브야드의 가게 주인 미카엘 모하마드는 워싱턴포스트(WP)에 "가족과 함께 마을을 떠나 야외에서 잠을 잤다"며 "즉시 가족을 차에 태우고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내 손으로 이룬 모든 것이 사라졌을지 모른다"며 "포격은 야만적이고 무차별적이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터키군의 F-16 전투기가 공습한 라스 알-아인에 거주하는 전기 기술자 나우라스는 WP에 "밤에는 포격이 이어졌고 낮에는 공습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계속 라스 알-아인에서 탈출하고 있다"며 "도시가 여전히 공격 목표가 되고 있으며 당분간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터키군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쿠르드족을 시리아 북부에서 몰아내기 위해 '평화의 샘' 작전을 개시했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최대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기고 있다.
터키는 개전 직후 전투기와 포병대를 동원해 시리아 북동부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까미슐리, 아인 이스사, 코바니 등의 국경도시를 공격했으며 밤늦게 지상 병력도 투입했다.
쿠르드 적신월사(赤新月社, 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는 교전이 치열한 라스 알-아인과 까미슐리에서 주민 11명이 목숨을 잃고 28명이 중상을 당한 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SDF는 트위터에 터키군의 포격으로 목숨을 잃은 10살 소년과 소녀의 사진을 게재했으며,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된 민간인 부상자의 사진도 함께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14개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 8년간의 내전에 이어 최근 일어난 이번 사건이 다시 한번 민간인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성명에서 "터키 국경에서 시리아 쪽으로 5㎞ 이내 지역에만 45만 명이 살고 있다"며 "양측이 모두 자제력을 발휘하고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별개의 성명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임박했다"며 "겨울이 다가오면서 피란민들이 쉴 곳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IRC의 미스티 버스웰은 "이 일대 난민 캠프는 IS(수니파 극단조직 '이슬람국가') 조직원 가족으로 이미 정원 초과 상태인데, 공세가 계속되면 피란민이 30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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