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대형마트에는 유류·생필품 구매 긴 행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고온건조한 샌타애나 강풍이 불면서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오르자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 등 주요 전력회사들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강제단전 조처를 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방송들에 따르면 북 캘리포니아 주민 약 130만명, 남부 캘리포니아 약 18만 명 등 150만 명에 가까운 주민이 강제단전의 여파로 암흑 속에 밤을 맞게 됐다.
부분적으로 주간에만 단전 조처가 내려지는 지역도 있지만, 상당수 지역이 야간에도 전기 공급이 차단됐다.
오클랜드 동쪽 모라가 지역에는 메릴파이어로 불리는 산불이 발화해 약 60에이커(0.24㎢)의 삼림을 태웠다.
경찰은 모라가 일대 주민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인근 세인트메리대학에도 피해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소방당국은 조기 진화에 나서 메릴파이어의 80% 정도를 진화했다고 말했다.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에 속하는 이 지역도 PG&E의 강제단전 대상지 중 하나다.
PG&E는 전날 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강제단전을 했고, 주민 30만 명이 전기 없이 밤을 보냈다. 기상예보관은 이 지역에 최고 시속 110㎞의 강풍이 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북 캘리포니아 중부 센트럴밸리, 시에라네바다 풋힐스 등이 강제단전 범위에 포함됐다. 전날 오전에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나파·소노마 카운티에 부분 단전이 이뤄졌다.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2017년 대형 산불로 40여 명이 숨졌고, 새크라멘토 북부 뷰트 카운티에서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캠프파이어로 85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캠프파이어 발화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PG&E는 보험사들과 110억 달러(약 13조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PG&E는 현재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라 파산보호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현재 북 캘리포니아에서 단전이 이뤄진 곳은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인근 도시를 빼고 중부 전원 지역과 오클랜드 인근, 새크라멘토 인근 내륙 등으로 광범위하다.
PG&E 측은 최소 73만 명에서 최대 200만 명까지 단전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주민 티아나 파셰는 AP통신에 "이건 밀레니엄이 바뀐 Y2K보다 훨씬 더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라면서 "주민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대형마트와 주유소 등에서 생수와 생필품을 마련하고 차에 유류를 넣느라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PG&E는 지난해 산불 피해를 본 뷰트 카운티 등 일부 산불 빈발 지역에는 전선을 지중화(地中化)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남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공급하는 SCE도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시에 단전을 검토하고 있다. 영향을 받는 주민은 9개 카운티에 걸쳐 17만4천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 가스앤드일렉트릭도 샌디에이고 남부 3만 가구에 전력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